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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Apr 17. 2020

101 왜 공부는 하기 싫을까?

공부와 놀이의 차이

사실 정말 대다수의 사람은 공부를 싫어합니다. 공부를 할 환경이 안돼서 어렵게 공부하는 사연을 들으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정말 너무나도 현실을 잘 반영하는 듯합니다. 어떠한 결심도 삼일 이상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중고생들은 하기 싫은 공부와 싸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공부는 왜 하기 싫은 것일까요?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만 생각해보면 좀 이상합니다. 공부와 노는 것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타 크래프트를 한참 하던 세대라 스타로 예를 들어봅시다. 스타를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닛의 특성을 잘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미네랄을 얼마나 먹고, 가스는 얼마나 필요한지, 공격력은 얼마나 되고, HP는 얼마나 되는지 등등.. 수많은 정보를 알아야 잘할 수 있습니다.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종 단축키는 안 보고도 칠 수 있어야 하며, 빠른 손놀림도 필수적입니다. 또한 상대의 전략에 따라 항상 대응하여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된 상태로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기본 빌드 오더는 물론이며, 상대의 상황을 잠깐 보고 상태를 파악하고 대처를 생각해내서 빠르게 수행을 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이 어려운 것을 게임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해내고 있으며, 심지어 피곤해도 밤을 새우면서 할 정도로 열정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공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빠른 손은 필요치 않으며, 암기와 이해,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은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늘 경쟁자가 존재하며 경쟁자를 이겼을 때의 기쁨과 혜택은 게임보다 훨씬 더 큰 게 보통입니다. 게다가 게임과 다르게 어른들은 공부를 잘하면 모두 칭찬을 해줍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놀이도 공부와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게임을 할 때만 해도 반짝였던 눈이 왜 책만 잡으면 급 피곤해질까요?


사실 공부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강제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누구도 강제로 게임을 시키지 않습니다. 또한 기를 쓰며 이기려 하지만, 이기지 못했다고 혼나거나 대학을 못 가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문에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는 공부 못지않은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들은 게임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이기지 못하면 큰 좌절감을 맛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이해를 할 수 없겠지만 나이 들어서 공부가 너무 즐겁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들 과거에는 왜 그렇게 공부를 안 했을까 후회를 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즐겁게 공부를 하는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사실 그분들이 지금 이런 기분으로 과거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막상 공부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을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브런치 북 "나에게로의 초대"에서 생각해본 무언가 삶의 의미를 알기 어렵고 매너리즘에 빠진 시기에 공부는 큰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더라도 공부가 게임처럼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공부는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하는 것은 공부를 하거나 노는 것과 마찬가지로 머리와 몸을 쓰게 됩니다. 우리가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생활만을 한다면, 즉, 놀기만 한다면 좋겠지만 그래서는 살기가 힘들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무엇이 되었던 강제력이 동원된 행위를 해야 한다고 하고, 이를 그냥 공부라고 통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체대 입시를 위한 체력 단련, 음대 입시 준비를 위한 음악 감상 등 무언가를 위해 하는 강제적인 모든 행위를 공부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쨌든 공부를 해야 살 수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능력은 사람에 따라 유전자에 의해 극심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생 시절의 공부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강제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키워진 능력으로 사회에서 무언가를 집중할 수 있어야 좀 더 잘 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공부에 대한 유전적 능력이 부족하여 이 과정이 더 심하게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극복을 훨씬 더 많이 했음에도 공부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극복하는 능력 자체가 결여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성공한 사람을 두고 공부를 했어도 잘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재능이 있어서 별로 노력하지 않아 성공한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상당한 노력을 합니다. 물론 재능이 많다 보니 그 노력 자체가 더 즐거울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분야에 성공한 사람이 공부를 잘했으리라는 보장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하기 싫음과 강제력을 극복하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만약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모든 사람들이 공부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모두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겠지만, 본인이 타고난 수준보다는 훨씬 높은 순위에 오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극복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강제적인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상상하는 재벌 2세가 되어 내 맘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복학 시기가 맞지 않아서 한 학기 정도 폐인 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데,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이 너무나도 아무것도 안 한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놀고 나니 생각보다 노는 즐거움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즐거움은 이러한 강제적인 상황을 극복했거나 끝났을 때 더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앞뒤가 막혀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분야에 가더라도 공부 이상의 강제적인 강요를 극복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은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앞장에서 설명하였듯이, 그중 공부는 가장 쉬운 분야일 것입니다. 최고 수준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만 해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도 막상 하기 싫은 공부에 대해 조금 더 탐구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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