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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Apr 24. 2020

102 자존감이 떨어질 필요 없습니다

사실 누구나 작심삼일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예전에 못 들어본 단어인데, 언제부터인가 엄청나게 많이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하였지만,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순간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간 표현하기 힘든 일상적인 느낌을 한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어서 그런지, 어디서든 상당히 많이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학창 시철에 공부를 잘 못하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모두 초점이 공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잘 노는 무리에 속하게 되어 자신이 남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재능을 키우려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히지만 많은 친구들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패배감을 가진 채로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반항해 보지만, 본인도 특별히 재주가 없는 것을 알고 앞으로 살 길을 어렴풋이 막막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네 살 어린아이를 관찰하면 모든 것에 중심이 자신에게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중심인 자신의 주변인이 되며, 보통 자신을 가장 많이 통제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지만, 세상은 분명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어릴 때 이런 생각이 깨지면서, 저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깨달았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이후에 나보다 훨씬 주인공 같은 친구들을 보게 되고, 본인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져 가게 됩니다.




떨어지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금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분명 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며, 나는 언제나 최고가 될 수 없으며,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최고가 아니라고 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최고라 한들 살 의미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는 모두 경쟁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쟁구조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본인의 약한 의지력에 좌절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정말 강한 마음의 자극을 받고 공부를 하러 앉았지만 금방 마음이 풀어지고, 아주 약한 자극에도 반응해서 노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공부는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꽤나 잘하는 편이었던 저의 경험으로 분명히 말하자면 누구나 같습니다. 저 역시 삼일을 못 가는 결심에 괴로워했고, 금방 드는 잡생각을 극복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치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종족이라 저절로 잘 되는 듯 생각합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공부를 잘했던 사람 일부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경우는 매우 적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좌절을 극복하는 힘입니다. 저의 장점은 좌절하지 않고 꾸준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도 남이 알아주던 말던 써보고 싶었던 글을 꾸준히 쓰고 있고, 잘하든 못하든 꾸준히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잘 안 되는 날도 많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잡습니다. 설사 본인의 한계로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좌절을 극복해가면서 꾸준히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삶에서도 언제나 좌절할 일이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중고등 교과과정의 모든 내용이 삶에 도움이 되는가는 여러 가지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기에 좌절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 발버둥 쳐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가 얻어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불교의 인생은 고통이라는 말은 합리적이게 보입니다. 반대로 아무런 발버둥 치지 않고 가만히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것이 얼마간은 좋을 수 있지만, 그만큼 즐거움의 정도는 줄어들게 되니까 말입니다. 좀 더 들어가면 깊은 철학의 영역으로 들어갈 것 같으니,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딱히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은 모두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보다 덜 가혹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좌절하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혼자 겪는 것과는 느껴지는 무게가 다릅니다. 사회에서는 모두가 다른 분야에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혼자만의 고민을 짊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 고통이 너무 커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죠. 개개인의 고통을 양으로 비교해서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고, 다들 비슷하게 학창 시절을 보낸다고 해도 각기 다른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은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해서 자존감을 올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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