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저는 IT의 변천을 직접 겪어온 세대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막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있었고, 이후 PC통신, 인터넷, 모바일 시대까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거쳐왔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저와 제 부모님 세대를 경계 짓는 커다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가보니 예전 농경 사회가 어땠을지 조금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한해, 두해 같은 일을 겪다 보면 숙달되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이등병보다 상병, 병장이 모든 분야에서 우위에 있기 마련입니다. 소위 '짬'이라는 것은 군대에서 가장 중요했고, '해본 것'이라는 경험이 있으면 더 뛰어난 머리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신입이 있더라도 그들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말이죠. 농경 사회 역시, 젊고 머리 좋고 육체적으로 더 뛰어난 사람보다 늙었지만 수십 년 경험을 바탕으로 바뀌는 상황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존중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세상이 오자 적어도 이 분야에서 기성세대는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수록 세대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었구요.
물론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좁혀지긴 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등은 점점 더 쓰기 편해지고 직관적으로 바뀌면서 사용자를 늘려갔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점점 더 적응을 하게 되었죠. 아주 고령층에게는 다른 이야기일지 몰라도 이제 꽤 많은 세대가 인터넷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더 잘 활용을 하는 경향이 있고, 농경 사회때와 같이 기성세대가 더 앞서 있어서 가르칠 수 있는 사회는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격차는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ChatGPT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혁명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AI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었지만 이를 당장 활용할 방법은 없었기에 이러한 두려움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으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술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 몇 년 만에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인공지능 기술이 출연하고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며, 파급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인터넷이 처음 시작되던 때와도 유사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저와 같은 세대, 과거 인터넷이 시작될 때 첨단을 먼저 받아들였던 신세대들이 받아들이는 ChatGPT와 요즘 세대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와 같이 이 기술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물론 그 기술 이름이 꼭 ChatGPT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인터넷 초창기에 야후가 압도적인 위치로 자리매김을 하다가 사라진 것을 보면, ChatGPT는 단지 현재 가장 혁신적인 프로그램일 뿐, 왕좌의 자리에는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갈지도 모르니까요. 실제로 자본력이 풍부한 많은 기업에서 많은 돈을 투입하여 앞다투어 치열하게 개발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기회가 있는 이 시장에서 자본력이 풍부한 한국의 대기업도 좀 따라가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겠죠.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 학원이 많이 생겼었습니다. 조만간 ChatGPT 학원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서는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의 방대한 지식 중 필요한 부분을 찾기 위한 능력을 평가하는 정보검색사 같은 자격증 시험이 있었던 것처럼, 정확한 답을 확실하고 빠르게 찾는 질문을 가르쳐주지 않을까요? 물론 이 기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발전하면서 계속 더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것이고, 벌어지는 기성세대와 신세계의 격차는 줄어들 것 같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 과도기 기간 동안에는 과거 부모님 세대 사람들이 '시대를 따라가기 힘들다'라고 하셨던 것을 우리가 그대로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기도, 재미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