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어느 날 뉴스에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리버 신화, 양덕준 대표 별세
아이리버는 어린 시절부터 왠지 자꾸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응원하던 브랜드였습니다. 그 엄청난 성공과 몰락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었고, 양덕준 대표 별세로 모든 신화가 끝나는 느낌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리버는 여러 가지로 입지전적인 기록을 세웠었지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감성적인 제품 소개였습니다. 당시 단순히 스펙과 기능을 나열하는 식의 제품 소개를 하거나, 아예 제품과 상관없이 이미지를 부각하는 광고만 있던 시대에, 아이리버는 상당히 세련된 문구와 멋진 사진으로 정성 들여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였습니다. 게다가 MP3 Player를 처음 개발한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듯, mp3 판매 세계 1위를 찍기도 했었습니다.
아이리버에 못 미치는 기술과 맘에 들지 않는 광고 스타일이지만 막강한 자본력으로 아이리버와 경쟁하던 삼성 Yepp은 상당히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음질로 경쟁하던 Cowon도 괜찮았지만, 저는 계속 아이리버 팬으로 아이리버만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리버의 감성적인 제품 소개를 좋아했지만, 아이리버의 흥망을 유심히 보면 디자인에 흥하고 디자인에 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리버는 감성적인 제품 소개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예쁜 디자인을 많이 창출했습니다. 아이리버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프리즘 모델을 시작으로, 독특한 크래프트 모델도 당시에 길거리에서 걸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카메라 기능을 넣거나 HDD 대용량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D-Click 시리즈가 미키마우스 모델인 M Play가 기억에 남습니다.
D-Click과 M Player는 디자인도 혁신적이었지만, 그 조작 방식이 매우 좋았습니다. D-Click은 마치 터치스크린 마냥 조작을 하게 했지만, 사실상 물리적 버튼을 누르듯 화면 좌우 위아래를 클릭하여 조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키 마우스 디자인의 M Player는 귀를 돌리면서 조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너무 당연히 보급된 터치 스크린 방식이 유행하기 전, 가장 혁신적이면서 직관적인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아이리버는 당시 삼성의 물량 공세에 어려운 싸움을 하다가 애플 아이팟의 약진으로 몰락하게 됩니다. 당시 삼성에서 지나치게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았다면 충분한 자금력으로 아이팟을 이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물론 과도한 팬심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리버는 도발적인 광고를 내며 애플에 도전했고, 빌 게이츠가 최고의 기계라고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애플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MP3 시장을 모두 잡아먹은 아이폰의 개발 이후에는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칫솔 살균제 등을 출시하여 근근이 버티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름 스마트폰까지 개발하여 출시하였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지금 별세한 양덕준 대표와는 관계가 없지만, 아이리버는 SK에 인수되어 여러 가지 분야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놀랍게도 다시 MP3 Player 시장에 강자로 소리 없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Astell&Kern이라는 브랜드로 하이앤드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십에서 수백만 원대 플레이어와 백만 원대 이어폰과 스피커를 팔지만, 하이엔드 시장에서 상당히 잘 팔린다고 하며, 현재 최고의 음향 기기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부활을 위해 여러 분야를 건드렸지만, 결국 사업의 본질인 음질에 집중을 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