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음주 취향
노사담당 임원분께서 말씀하셨다.
“인사 씨는 다 좋은데, 주량이 약해.
노무담당자가 소주 3병은 마셔야지.”
코로나 이전,
회사 술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마셨다.
소주를 마실 때는
소주 1잔에 물 1잔을 마셨다.
‘오늘은 절대 취하지 않으리!’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맥을 마셨다.
소주와 맥주가 부드럽게 섞이듯,
우리 모두도 하나 되자는
다소 유치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술이 약하다고
맥주만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술자리에서는 민감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맥주를 마시며 멀쩡한 정신에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한 직장 상사와 단둘이 카페에 앉아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인사평가 결과를 듣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었다.
집에서는 편하게 술을 즐긴다.
30대에는 캔 맥주를 마셨다.
만원에 4캔을 골라먹는 것은
거친 삶 속의 소확행이었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맥주보다 막걸리가 좋아졌다.
맥주의 청량감보다
막걸리의 발효감이 좋아졌다.
기포가 나는 것은 맥주나 막걸리 모두 비슷하지만,
맥주의 기포에서는 발효의 힘이 느껴진다.
술을 마셔도 왠지 건강한 기분이 든다.
맥주는 치킨 피자와 어울리지만,
막걸리는 집밥에도 잘 어울린다.
마흔 살이 되자마자 갑자기 막걸리가 좋아졌다.
소맥은 누군가와 마신다.
대부분 업무적으로 마신다.
막걸리는 나 자신과 즐긴다.
가족과 즐긴다.
편안하게 그 순간을 즐긴다.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다.
막걸리와 함께라면 근심 걱정도 짧은 시간에 잊혀진다.
막걸리는 발효식품이다.
유산균은 건강에 좋다.
사소한 걱정거리는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마흔 살의 나는 막걸리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