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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Feb 28. 2021

마흔 살에는 사원증이 편하지 않다.

퇴근 후,

어김없이 사장님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타 부서 임원분의 전화가 왔다.

“인사님, 지금 어디신가요?

제가 사원증을 놓고 화장실을 왔다가,

사무실 밖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어서요.”


결국 그 임원분은

식당까지 찾아와서 내 사원증을 빌려 갔다.


임원이라도 사원증 없이는

회사 출입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신입사원 시절,

나의 출근 준비는 신성했다.


광을 낸 구두,

잘 다려진 와이셔츠,

그리고 회사 배지.


회사 배지는 나에게 있어 자부심이었다.

회사 배지는 나의 모든 것이자 자랑이었다.


마흔 살이 되었다.

자율복장인 이 회사에 회사 배지는 없지만,

사원증은 있다.


사원증 없이는 사무실 출입도 할 수 없는 현실.

사원증 없이는 화장실도 다녀올 수 없다.


사원증은 나보다 나를 더 잘 대변하고 있다.

강아지 목줄이 강아지의 행동을 제약하듯,

사원증이 달린 목줄은 나를 회사에 묶어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구속하는 사원증이 아니길 바란다.

사원증으로 내가 대변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흔 살의 나는 사원증이 아닌,

내 본연의 모습으로 평가되길 원한다.

[회사 앞에 도착하면 사원증을 준비한다]

+ 회사 배지(Ba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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