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회식 시간의 변화
‘오늘은 절대로 술 마시지 않으리!’
출근길 각오는 비장하다.
집에 일찍 가야 하는 이유는
10가지도 넘게 생각해 두었다.
오후 4시.
사장님의 호출.
불길하다.
“책인사팀장. 오늘 저녁 일 있나? 저녁 어때?”
“... 네, 그러시죠.”
비장하게 준비해 두었던,
집에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한마디도 못했다.
임원분께 보고를 드렸다.
“사장님께서 저녁 먹자고 하셔서,
조금 일찍 나가보겠습니다.”
임원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책인사팀장~ 수고해~”
사장님의 저녁식사를 피하신,
임원분은 오늘 조기퇴근 확정이다.
항상 그렇듯 사장님 댁 앞,
단골 식당에 갔다.
그 식당은 우리 회사 저녁 전용 구내식당 같다.
저녁 8시 40분.
사장님이 물었다.
“여기서 더 마실까? 아니면 2차를 갈까?
이번 주부터는 밤 10시까지 영업해도 된다고 하던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체감되는 순간.
선택지에 ‘여기서 마무리’는 없었다.
그렇게 2차를 갔다.
이제는 꿈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사장님의 지난날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저녁 10시까지 술을 마셨다.
지하철에는 나처럼 10시까지 술을 마신 직장인들이 가득했다.
‘드디어 집에 간다’는 안도감과 함께.
마흔 살의 나는 집에 일찍 가고 싶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싶다.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
코로나 걱정에 공공장소에 가기가 꺼려진다.
곰에게 쫓길 때 살아남는 방법은
곰보다 빨리 뛰는 게 아니라
쫓기는 사람들 중 제일 늦게 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내일 저녁식사 희생양은 누가 될까?
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이기심일까?
마흔 살의 나도 집에 일찍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