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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Oct 22. 2023

고립


잠깐 타임라인을 벗어나

나의 ‘혼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혼자

  난 ’혼자‘라는 기분을 곧잘, 깊게 느꼈다.

  미운 오리 새끼랄까.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이랄까.


  아무도 나와 비슷하지 않고,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듯한 서늘한 느낌이었다. 마치 나의 인류가 모두 멸종하는 동안 혼자 어딘가에 살아남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간대에 툭 떨궈진 느낌이었다. (아… 이건 아기공룡 둘리인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외떨어진 느낌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나’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뭔가 좀 달랐던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 절친인 줄 알았던 친구에게 절교를 당하기도 하면서 나는 여러 번 상처받았다. 그리고 차츰 스킬을 습득했다. 느끼는 모든 것을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걸 배웠고, 적당히 거짓말하는 법을 익혔다.


 ‘이상한 나’를 세상으로부터 숨기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외로움

   스킬이 무르익을수록 나는 외로워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짓된 나로 있어야만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었고, 사춘기가 시작되자 점점 나만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디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도망쳤다. 서점으로, 광장으로, 수영장으로 도망가서 혼자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했다. (그땐 여의도 공원이 광장이던 시절이었다. 정말 고대사 같은 이야기다.) 스타벅스 같은 카페가 없었기 때문에 ‘함께인 혼자’를 느끼려면 그런 공간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워크맨을 들고 순환선을 타기도 했다. 세상과의 완벽한 차단이 필요한 때에는 방에 처박히면 그만이었다. 조부모의 집에 얹혀 사느라 내 방도 없었고 아직 워크맨도 없었던 시절엔 창고로 쓰던 습한 골방에 쪼그려서 라디오를 듣거나 헌책방에서 사 온 추리소설을 읽었다.


   외로운 것이 좋진 않았지만 외로운 것이 나았다.




페르소나

  그러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게 되면서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라는 게 함정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나.  


  모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주의 깊게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 발전하고 성취하고 증명할 것

  - 약함을 들키지 말 것

  -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


나는 강한 자로 위장하기 시작했다.

겁 없고, 도전적이고, 의지를 관철하는 사람.

자신감이 가득하고 성취해 내는 사람.


  그들은 나의 재능을 보고 환호했고, 나의 자신감에 놀라워했다. 사람들이 중력처럼 내게 모여들었다. 그들은 내가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깊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조차 매력적으로 보았다. 규칙은 완벽했고 작전은 성공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나를 점점 더 고립되게 만들었다.



   '난 너희와 달라.’



  고립된 나에게 정신적 방어막을 쳤다.

  안전하고 외로웠다.

  남들과 달라서 힘들었던 기억은 지웠다.

  난 다르고, 난 특별하다.



  드디어 정답을 찾았다고,


  이게 진짜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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