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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Oct 22. 2023

조나단 리빙스턴의 나르시시즘


   나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 가운데에서도 더더욱 알려지지 않은 ‘flight’이라는 곡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가 쓴 곡 중, 가장 의미 있는 한곡을 꼽으라고 하면 데뷔곡 ‘섬’을 제치고 고를 곡이다.


  나는 곡을 발매하고 나면 듣지 않는 편이다. 부르면 불렀지 듣지는 않는다. 이미 충분히 지지고 볶고 소비한 감정을 뭘 굳이 다시 체험하나. 음악의 포맷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 자신에게만큼은 내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서 무던히 감상할 재주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곡은 내가 써놓고도 종종 찾아 듣는 유일한 곡이다. 내적평화의 세계로 향하는 날갯짓이랄까. (들을 때마다 감탄한다. 하아!)



  ‘플라잇’은 소설 ‘갈매기의 꿈’을 단숨에 읽은 날 탄생했다. n차 리딩이었지만 그날의 온도와 습도와 나의 감성과 집중력이 축복처럼 맞물려 새로운 깨달음과 영감의 세계로 나를 인도했다. 소설의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의 행보를 좇던 나는 어느새 그 이상한 갈매기 안에서 나를 발견했다.


  조나단은 갈매기의 불문율을 어겼다.‘먹이를 구하기 위한 비행’ 에 염증을 느끼고 고도의 비행술을 연습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갈매기 :

“왜 그러니, 존, 왜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조나단 리빙스턴 :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언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아빠 갈매기 :

“이봐라 조나단,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온다. 만약 네가 연구해야 한다면 먹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연구해라. 너의 그 비행술인가 하는 것도 좋지만, 공중활주로 먹고살 수는 없지 않니?”




  하지만 조나단은 끝내 시속 342킬로미터로 날고, 공중회전에 성공한 후 동료들에게 추방당한다. 먼 벼랑으로 추방당한 조나단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많은 것을 터득하고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 날 훌륭한 비행기술을 가진 그와 같은 갈매기들을 만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 자신을 초월한다.



  나는 줄곧 의심했다.

  무리를 벗어난 나의 공중회전은 그저 오만한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철없고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몸짓은 아닐까?


  홀로 무리를 벗어나 수없이 공중회전을 시도하는 조나단 리빙스턴이 나 자신과 오버랩되어 곡을 쓰며 몇 번인가 즙도 짜냈다. 나르시시즘에 자기 연민 몇 그램까지 시즈닝 된 완벽한 밸런스다! 라고 외치며 자기도취에 빠져 곡을 마무리했다. 그래서인지 나만 이 곡을 좋아한다.


  하. 이 하찮고 소중한 나의 걸작.



https://youtu.be/EGvcqoWsVfI?si=e_lC36aOEQYKikK2



flight


무언가 이상하지?

go round and round 제자리를

무한대로 돌고 도는 loop속에 빠진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지?

난 무리를 벗어났어


날아올라   

I’ll make a flight

나의 저공비행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어딘가 나와 같이

누군가 홀로 날아

시공간을 초월한 비행궤적을 남긴 걸까?

우린 연결되겠지?

난 무리를 벗어났어


날아올라   

We’ll make a flight

나의 저공비행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난 무리를 벗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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