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으로 성공했다면 이 글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실패담을 써야 한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나의 음악인생은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증오한다. 평생에 걸쳐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며 생이 무한할 것처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렇게 20년 차 뮤지션이 되었다.
오직 음악을 하기 위해 거듭 포지션을 바꿔나갔다. 춤에서 노래로, 노래에서 작곡으로, 나의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닦아 나갔다.
나는 왜 그래야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음악을 해야만 했을까.
지난겨울 ‘shortcut’이라는 곡을 썼다.
꿈에 대한 깊은 회의를 담은 곡이었다. 이 곡을 쓰고 나니 이번에는 정말 끝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서. 음악과 나의 치열했던 20년의 서사를 매듭짓고 새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음악에게 진짜 이별을 고하기 위해 써내려 간 스무 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