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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May 14.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2

#2 밴쿠버 유랑

밴쿠버

 밴쿠버는 토론토와 더불어 캐나다의 대표 도시 중 한 곳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워킹홀리데이를 간 사람들도 많이 지내는 곳이다. 어느 거리에 가면 거리가 다 한국 식당, 술집 등일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거쳐가는 도시일 뿐이었다.

 

 내가 갈 지역은 알버타 주에 있는 캔모어라는 작은 도시였는데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비행기를 한 번 더 타고 또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왕 밴쿠버에 도착한 김에 밴쿠버를 좀 둘러보고 싶어서 3일 정도 밴쿠버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운타운 쪽에 숙소를 잡아놔서 공항에서 워크퍼밋을 받고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내리자마자 하늘을 봤는데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본 지가 언제였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하늘을 볼 일도 별로 없을뿐더러 언젠가부터 하늘을 점령한 미세먼지 때문에 파란 하늘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가지고 있는 짐이 많았기 때문에 서둘러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내가 지금 여행하고 있구나’ 느끼게 해주는 그 낯섦이 좋았다. 길을 조금 걷다가 배가 고파서 만만한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맥도날드와 구조 상으로 별로 다를 건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리고 영어로 쓰여 있는 메뉴판 정도가 다른 점이었다. 직접 점원에게 영어로 주문해볼까 잠깐 생각해봤지만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고 얼어붙어있는 민망한 상황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서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간편한 기계가 있는데 뭐하러 줄 서서 주문을 해?’ 자기 합리화를 한 후 기계에서 주문을 했다. 물론 거기서도 버벅거렸지만.


 햄버거를 먹으면서 집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한 후 굶주린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왔다. 밴쿠버의 주요 관광지들은 대부분 걸어서 이동해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원래 뚜벅이 여행을 좋아해서 걸어서 여기저기 다녔다.  

 이국적인 건물들과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설산.

개인적으로 너무 도시적인 삭막한 분위기는 싫어하는데 밴쿠버는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다운타운에서 2-30분만 걸으면 바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다운타운 서쪽으로 쭉 해변길이 이어져있어서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너무 좋았다.

 바다뿐 아니라 스탠리 파크라는 엄청 큰 공원도 있어서 해변가와 숲길 중 산책하고 싶은 곳을 골라서 산책할 수 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해변가에서 공원까지 이어지는 꽤 긴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나라의 시간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여유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내 왼쪽 뺨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아까 봐 둔 일몰 포인트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해는 꽤 오랜 시간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 갔고 시시각각 하늘의 색이 달라졌다. 강렬한 노란색이었다가 주황빛으로 변하더니 빨갛게 물들어 사라졌다. 사라진 다음에는 보라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짙은 파랑에서 결국에는 깜깜하게 어두워졌다.

 

 그렇게 변해가는 모든 과정을 해변가에 앉아 한 자리에서 바라봤다. 잠깐 제주살이를 했을 때 이후로 오롯이 일몰을 즐긴 건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을을 즐겼던 또 하나의 장소는 여행 가면 한 번씩 들려보는 전망대. 그 도시의 전체적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이 날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밴쿠버를 볼 수 있었다. 덤으로 꽉 찬 예쁜 보름달까지 선물 받았다.

 마무리는 역시 야경. 캐나다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야경 역시 멋있었다. 빛나는 도시의 불빛을 끝으로 밴쿠버 유랑이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단풍국에서 살아남기 전 이 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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