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다
20190319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처음 캐나다로 떠났던 날
전 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아침 일찍 떠날 준비를 했다. 게으른 성격 탓에 떠나는 당일까지 부랴부랴 짐을 싸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께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드린 후 아쉬움과 걱정 등의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우리 집은 전라도 광주였기 때문에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4시간 정도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늦지 않게 터미널에 도착했고 낑낑대며 캐리어 두 개를 짐칸에 싣고 버스에 탔다. 버스는 순조롭게 출발해서 인천공항을 향해 달렸고 나는 그제야 비로소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내가 어쩌다가 지금 여기에 앉아있을까 만감이 교차했다.
1년 전 인생 첫 해외여행으로 혼자 떠났던 대만이 시작이었다. 첫 여행이었던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이후로 어디로든 일단 떠나 보는 행위에 매료되었다. 이태원 호스텔에서 스텝으로 일하기도 하고 일본 교토, 삿포로에 여행도 갔다가 방학 때는 제주로 내려가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제주살이를 하기도 했다. 제주살이 중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졌고 돈도 벌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가 가능한 국가는 엄청 많았지만 그중에 내가 선택한 국가는 캐나다였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면 각자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어학연수, 경험, 돈, 여행 등이 대표적인 목표이다. 그중 캐나다를 선택하는 워홀러 중 많은 사람들은 영어를 목적으로 하지만 나는 여행이 목적이었다. 캐나다 자체만 해도 말도 안 되게 넓기 때문에 국내에 볼 곳도 많고 오로라도 볼 수 있고 미국 여행 가기도 편하고 더 나아가 남미 여행 가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에 나한테 완벽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캐나다는 이민국에서 랜덤으로 추첨해서 워킹홀리데이 인원을 뽑기 때문에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후 3개월쯤 지나고 나서 비자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인 초대장을 받았다. 그 후 몇 가지 절차를 거친 다음 최종 합격한 후 떠날 준비를 다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버스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자체도 처음 가보는 거여서 일부러 여유롭게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남은 상황이었다. 인천공항 구경을 좀 한 다음 내가 타고 가는 에어캐나다 창구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경유를 선택해서 조금 더 싸게 갈 수도 있었지만 거의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는데 부담 없이 편하게 가고 싶어서 더 비싸더라도 직항을 선택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금방 출발시간이 돼서 수속을 끝내고 마침내 캐나다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의 비행시간을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내식 꼬박꼬박 받아먹고 자고 영화 보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가 밴쿠버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이다!! 단풍국에서 살아남기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