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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12. 2019

카나슈(CANASUC)

어느덧 봄이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오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에도 친구들과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 놓고 준비한 여러 가지 다과와 함께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왔다. 빵과 케이크를 비롯해 차와 커피를 만들기 위한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과 준비한 차에 어울릴 법한 마카롱, 그리고 조금의 버터 쿠키들이 있었다. 예전엔 피크닉을 가면 가는 길 또는 근처에서 차가운 물이나 음료수를 구매해서 가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색다른 피크닉, 정말 야외에서 경험하는 티파티를 경험하고 싶어서 보온병 안에 뜨거운 물을 담아 가져 가는 수고를 감행했다. 


나는 차나 커피를 마실 때, 반드시 설탕을 넣는다. 이번 피크닉에 가져간 설탕은 나의 집에 쟁여 두었던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각설탕이었다. 종이컵에 한 개씩 담아놓으니 집에서 혼자 마시기엔 적합하지만, 오늘 같은 특별한 피크닉에서 사용하기엔 다소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크닉에서의 티타임을 보다 여유 있게 기쁜 마음으로 즐기기 위해서 설탕 하나까지도 예술적이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집에 돌아온 필자는 다음의 피크닉을 위해 어울릴만한 설탕을 찾았다. 이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설탕은 ‘카나슈(CANASUC)’였다.


카나슈는 Pierre Bosc-Birence가 설립한 프랑스 수제 설탕 브랜드로써, 그는 맨 처음 커피잔 옆에 놓인 캔디를 보며 설탕 스틱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당시 프랑스 파리의 시민들은 유난히 에스프레소를 즐겼는데, 이 당시의 설탕 스틱은 이러한 문화에 어우러져서 엄청난 관심사로 떠올랐다. 


나는 아래에 카나슈 설탕이 사용될 만한 분위기의 피크닉 그림들을 나열해보았다. 

르누아르,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1, 필립스 미술관 소장

위 그림은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 중 가장 크기가 큰 그림이다.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센강을 넘어다보는 위치에서 그려진 이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전통인 도시 풍경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탈피하여 근교의 풍경을 담고 있다. Maison Fournaise라는 이 카페는 사회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자주 모여 여러 사교 활동을 벌이던 일종의 무대였다. 르누아르 또한 이 장소에 꾸준히 들려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은 그가 그의 친구들을 일일이 카페로 불러 자신의 그림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위 그림에 보이는 모든 사람은 르누아르의 친구이며, 맨 앞줄 왼쪽에 강아지를 들고 앉아있는 여인은 Aline Charigot으로 1890년에 르누아르와 결혼을 한다. 이후 그녀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르누아르의 여러 다른 작품들 속의 모델로 그려지곤 했다. 


화려한 풍경과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엔 아마도 카나슈의 설탕 중에 가장 화려한 구성을 자랑하는 이 제품(Bubble Color, 69,000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Bubble Color, 69,000원
<클로드 모네의 점심>, 1873, 오르세 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점심(The Luncheon)>이라는 작품이다. 깔끔한 붓 터치와 밝고 상쾌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이블보 위의 유리 주전자는 하얀색 바탕과 잘 어우러지고 파란색 포슬린 찻잔 또한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벤치 위에 놓여 있는 가방과 양산은 누군가가 자리를 잠시 비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마 어린아이가 혼자서 테이블 옆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잠시 자리를 비운 사람은 아이의 어머니나 누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 뒤에 보이는 건물과 창문은 지금 위에 보이는 장소가 어떤 거주자의 마당임을 상기시키며 뒤로 지나가는 여인들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림에서 보이는 화창한 날씨를 보면 그들은 아주 멋진 곳으로 나들이하러 갈 채비를 하고 나 온 것 같다. 

Crystal-White, 22,000원

위의 티타임에 어울리는 카나슈의 설탕은 마치 귀한 결정체 같은 이 제품(Crystal-White, 22,000원)이 있다.

제임스 티솟, <피크닉>, 1865,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소장

제임스 티솟은 프랑스 화가이며, 잘 차려입은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즐겨 그리던 작가였다. 위 그림 속의 두 여자와 남자는 연못 옆에서 천 돗자리를 깔고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의 현실주의적인 화풍은 동시대의 다른 프랑스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와 비슷하지만, 그의 색감 팔레트에서는 인상주의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가 있다. 위 그림 속 세 사람은 지금 상황을 아주 완벽히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한가하게 오후의 차를 즐기고 있는 그들은 어떤 설탕을 선호할까?

Color Heart- Window, 2,2000원

그들의 피크닉에 잘 어울릴 추천해 줄 만한 설탕(Color Heart-Window, 22,000원). 하트를 하나씩 꺼내서 커피잔 옆에 한 개씩 꽂아 놓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메리 커셋, The Tea, 1880, 보스턴 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매리 커셋의 작품이다. 두 개의 주전자와 찻잔이 있고 두 명의 여인이 소파 위에 앉아있다. 그중 한 명은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장갑도 벗지 않은 채 차를 마시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곧 어딘가로 다시 향해야 하나 보다. 두 여인은 서로 대화하지 않고 있으며, 차를 마시고 있는 여인은 신중히 차의 향을 음미하고 있는 듯하다. 메리 커셋에게 직접 이 두 여인에게 줄 설탕을 고르라고 하면, 과연 어떤 제품을 고를지 궁금하다.

Rose- Window, 22,000원

붉은색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벽지와 새빨간 테이블보, 다홍빛 소파에 걸맞은 장미 모양의 핑크빛 설탕(Rose- Window, 22,000원)을 찻잔 안에 살짝 떨어뜨리면, 현재 마시고 있는 차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위의 명화에 정확히 어울릴만한 카나슈(CANASUC) 설탕 몇 개를 선정해보았다. 집에서 차나 커피를 마실 때,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과 컬러를 가진 설탕을 한 개씩 골라서 찻잔에 떨어뜨려 보자. 아마 진정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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