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바람/가현달
오후의 해가 강변의 갈대를 흔들흔들 녹이면
덩달아 바람도 그 곁을 맴돌며 잊혔던 추억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당신이 차갑기만 할 거라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는 듯
중얼중얼 강가의 바람은 피부에 온기를 전하고
물길의 모서리가 생강차 위의 녹지 않은 꿀처럼 몽글해진 것을 보고 있자니
얼굴만 한 머그잔을 들고 웃던 당신도 기억납니다
행복했던 날들이 지고 남은 가시나무 위에는 하나둘 철새들만이 봉오리로 피어 적막한 하늘을 안아주고
화단에 꽃씨들은 시든 잎에 안겨 깊은 잠에 들어버렸지만
그 사실을 알길 없던 외발의 비둘기가 흙더미를 밟아가며 장난을 걸어옵니다
시 쓰던 손끝을 스치는 따스한 늦겨울의 바람을 맞으니
그저 봄이 오고 있다고, 기다리던 우리의 봄입니다
영원히 돌아오던 그리운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