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계절이 온다/가현달
차가운 바람에 비릿한 공기가 실려오는 계절이 오면
사냥은 시작된다
먹이마저 거부하던 날짐승들은 이 계절이 오면
사자는 사자를, 사슴은 사슴을
동족에 의한 학살을 시작한다
더없이 넘쳐나던 초목이 사슴을 살찌우면
사슴은 사슴을 사냥하고
배부른 사슴들이 온 들판에 넘쳐나면
사자는 사자를 사냥한다
사냥은 살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전승으로 만들어
동족이 동족을 멸살한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섬멸
넘치는 풍요로움에 온 지구가 보글보글 끓어 넘쳐도
조금 전 이 순간 어딘가에서는
사람에 의해 사람이 구축되어 나간다
사냥의 계절
누군가는 죽어야 끝이날 지금의 전쟁
전염병조차 막지 못했던 세계가 세웠던 벽이
전쟁이라는 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
다가오는 누군가가 죽어갈 시간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그날이 올 때까지 모른 척해야 하나
말하는 사람만 공허해지는 말이라도 말해야 하나
그냥 여기에 덧없는 흔적이나 남겨야 하나
그래도 계절은 조용히 왔다가 아무 일 없이 떠나기도 하니까
무사히 겨울이 지나가면 다시 봄은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