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주길 잘했다/가현달
아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며 물었다
여기를 오르면 뭐가 있는 거야? 왜 올라가?
아빠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선물을 사고 나면 햄버거를 사 먹을 거야
나는 저 아이가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며 궁금한 질문에도 따뜻하게 대답해 주는 아빠를 가졌으니까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런 부모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조차 돌볼 줄 모르던 어른들은 생각보다 많았으니까
누구나 가질 수 있다지만 아무나 가지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너에게 말했다
태어나지 않은 고통
태어나버린 쾌락
그사이에서 살아가는 강요되는 선택과 다가가는 운명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과 이미 태어나버린 것은 달랐다
당신과 나, 그리고 저 아이는 태어나줘서 정말 다행이다 그뿐이다
다만 어떤 것이 태어나지 못할 고통이었다면 그뿐이었다
가져본 적 없으니 버림받지 않아도 되는 아이야
미안하지 않아도 괜찮다던 나의 기도는 이제
부모에게 거절되고 무리에서 단절된 아이에게로 이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