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 항암치료를 하는 암환자에게 가장 흔하고, 힘들게 하는 항암부작용이 불면증이다. 구내염, 탈모, 수족증후군처럼 외부적으로 증상이 보이는 부작용이 아니다. 그래서 항암부작용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암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력을 높이고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암환자에게 음식섭취와 함께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질 좋은 수면이다.
나도 불면증으로 힘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항암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불안해서 잠이 잘 안 오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잘 잔다는 것이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1분이 되기도 전에 깊이 잠든다. 그리고 7~ 8시간을 깨지 않고 잔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남편은 나의 수면을 가장 부러워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갔다.
나는 매일 아침 9시와 저녁 9시에 경구용 항암약 젤로다를 먹는다. 항암약을 먹고 나면 나른해지고 힘이 빠지면서 무기력해진다. 어찌 보면 졸린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나를 항상 관찰하는 남편은 내가 약을 먹으면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눈에 힘이 빠지면서, 모든 행동, 말도 온순하게 느리게 한다고 했다. 이런 변화를 남편은 약기운으로 내가 아주 여성스럽고 다소곳해진다고 했다. 남편은 이런 나의 변화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나도 이런 변화가 신기했다. 말을 하는 것도 작은 움직임도 힘이 들기 때문에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졌다.
며칠 약을 먹고 나니 나도 어느 정도 약에 대해 익숙해졌다, 요령도 생겼다. 나는 항암약을 먹기 전 모든 잠 잘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항암약을 시간에 맞춰 먹고 대부분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다가 30분 후에 침실로 들어가서 잠을 잔다. 항암약을 먹기 전이라면 이렇게 잠이 들면 8시간 후 잠에서 깨야한다. 4번째 항암치료에서 부터 불면증으로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 하루 루틴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항암부작용 불면증으로 12시, 1시, 2시 대중도 없이 눈이 떠진다. 처음엔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항암치료가 계속될수록 불면증도 심해졌다. 밤동안 부족한 잠은 틈틈이 낮잠을 자거나 차에서 잠을 잤다. 나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했지만 수면의 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암환자의 정신과 진료와 수면제 처방
결국 가장 심했던 5번째 항암치료를 앞두고, 나의 담당주치의에게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담당주치의는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했다. 심리적 불안감과 항암약으로 인해 항암치료 중에 더 심하게 불면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수면제룰 처방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의 담당주치의는 나의 불면증은 항암치료와 암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불면증은 심해진 것일 수 있으니 수면제보다 정신과상담을 추천했다. 암치료 중 암환자의 정신과 상담과 치료병행은 흔하다고 했다. 암으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충격은 크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신과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라고 했다. 암환자의 정신과 치료는 흔한다는 것이다.
담당주치의와는 이번에 수면제를 처방해주고, 다음에도 불면증이 심하면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자고 했다. 진료가 끝나고 주사실로 갔다. 오전엔 항암주사를 맞았고 pm 9시에 경구형 항암약 젤로다를 먹기 시작했다. 첫날은 그럭저럭 잠을 잔듯하다. 병원을 다녀오고, 이래저래 피곤했던 것 같다. 3일이 지나고 다시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고 새벽에 자꾸 잠이 깼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첫 번째 수면제를 먹었다. 50년 내 삶에서 첫수면제였다.
항암 부작용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항암치료를 하면서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항암에서의 부작용인 불면증이 5번째 항암이 끝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약 먹는 것이 고민이 되었다. 사실 (수면제) 약의 부작용은 없다. 나의 담당주치의는 내가 약에 많이 의존하게 될까 봐서인지 수면제 처방을 많이 망설이셨다. 나의 몸 상태를 세심히 체크하셔서 처방을 해준 약이다.(심지어 약국에서는 수면제라고 하긴 힘들고, 중독성도 없는 약이라 안심하고 복용하라고 했다^^)
다음날 남편에게 내가 수면제를 먹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웃으며 괜잖다고 했다. 약국에서 약사가 처방받은 약은 수면제라고 하기 힘든 약이라고 했다. - 나의 수면제처방은 플라시보 효과 같은 처방이지 않았을까 한다. 난 수면제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남편에게 (수면제) 약을 먹고 잘 잔 것 같다고 했으니까-
나의 불면증은 심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불면증 증상이 조금 남아있다. 수면제는 5차 항암 전에 1번 처방받은 약만 먹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신 족욕과 자기 전 바나나 먹기, 따뜻한 샤워하기 등으로 수면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하고 있다.
나도 암유병자로서 불안감이 휩쓸고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 불면증인듯하다. 이런 시간은 암유병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한 번씩 그럴 때가 있다 그럼 다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수면을 위한 환경을 잘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의 수면루틴
다음은 질좋은 수면을 위해 실천중인 나의 수면루틴이다. 저녁식사는 PM 7:30 전에 마친다. (식사는 소화하기 부담되는 음식은 피하거나 조금만 먹는다. 고기류)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는다. (키위, 호두, 바나나, 상추등)잠자기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수면중 화장실에 가지않기)저녁식사후 부터는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수면 2시간 전부터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족욕을 하면서 복부찜질을 한다.책을 보거나, 일기쓰기, 색칠놀이.. 가능하면 아날로그적인 시간을 보낸다.
pm 9:00 - 여름에는 미지근한 물에 가볍게 샤워를 하고, 그외의 계절에는 따뜻한물에 가벼운 샤워를 한다.침실로 들어간다. 조도를 낮추고, 가볍게 읽을 책을 본다. (핸드폰은 침실에 두지 않는다)pm:9:30 모든 불을 끄고, 최대한 수면에 편안 자세로 잠을 청한다. 처음엔 잠이 오지 않았지만 수면루틴을 1달정도 하고 나니 9시30분이 넘어가면 졸음이 온다. 잠이 오지 않아도 핸드폰이나 눈에 자극이 되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 수면시간에는 최대한 어둡고 조용하게 하뒤 침대에서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면 어느정도 수면패턴이 생기게 되는것 같다.
나의 경우 pm 9:30~ am 4:30 수면시간이고 pm 2:00~pm3:00에는 휴식 및 낮잠시간이다. 지금은 수면의 질도 수면시간도 좋아졌다.
멜라토닌은 활동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호흡에 사용되는 산소의 독성을 중화한다. 이 때문에 빛에 의해서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차단되면 활성산소가 증가하여 암도 발생한다고 한다.
몸집이 크고 몸의 구조가 복잡한 생명체일수록 단순한 활성산소 독성 제거를 넘어 수면 조절, 면역 조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멜라토닌을 사용한다.
가령 사람을 비롯한 대다수의 척추동물들은 멜라토닌으로 활동일 주기를 조절하여 졸음을 유발하며 수면을 취하게 한다. 그리고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면 에스트로겐분비가 증가하여 유방암, 심장병이 증가한다. 또 면역력, 성기능과 근력 증가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의 분비량은 새벽에 가장 높으며, 낮 시간에도 주위가 어두우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많아진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에 노출되어야 생성이 되고 밤에 분비가 가능하다. 저녁 7시에 분비되기 시작하여 10시에 급상승하고 새벽 3시에 최고로 분비되었다가 그다음 아침 7시에 빛이 들어오면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어 숙면을 할 수가 없다. (출처: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