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강의 - 현장은 언제나 계획 밖에서 시작된다

100명 강의, 5개의 방, 그리고 10분의 준비 시간

by 꼼지맘

기업 강의를 하다 보면
담당자가 사전에 전달하지 못한 중요한 특이사항을 현장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강의도 그랬다.

100명 강의를 위해 메인 강사 1명과 보조 강사 4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가장 많은 변수는 언제나 ‘장소’다.
100명이 한 공간에서 진행된다면 메인 강사 1명과 보조 강사들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강의에서는 봉사활동이 5개의 방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가장 큰 방은 50명 수용이 가능했고, 나머지 방들은 10명 내외의 소규모 공간이었다.

강의 초반에 진행되는 장애 인식 교육과 캠페인 관련 내용, 이 봉사활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 수혜자 인터뷰 영상 전달 등은 메인 강사가 진행해야 하는 숙련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공간이 5개로 나뉘었고, 가장 큰 공간조차 100명을 수용할 수 없으니 상황은 곤란해졌다.

강의 시간은 2시간으로 제안된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50명 수용 공간을 강의 시작 10분 전까지 사용 중이어서 사전에 공간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기업 담당자에게 제안했다.
초반 강의는 100명이 함께 듣고, 이후 각 방으로 이동해 점자 교구재 만들기 봉사활동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문제는 50명 수용 공간에 정말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느냐였다.

담당자는 “50명 수용은 테이블 때문이고, 의자는 100개 정도 있다”고 말했다.


4개의 소규모 공간은 비어 있어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었다.
강의 시작 10분 전, 그 짧은 시간 안에 의자 50개를 추가로 세팅하고, 50명 분량의 재료와 강의 자료를 확인하고, 미니 전시까지 세팅해야 했다.


메인 강사 1명, 보조 강사 4명.

강사는 5명, 공간도 5개였다.
결국 각 공간당 강사 1명이 담당해야 했다.


문제는
50명의 봉사자를 강사 1명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내가 맡아야 할 공간이었다.


진행 방식이 정리되었고, 강사들에게 상황을 공유한 뒤 각자의 담당 방 세팅을 시작했다.

모든 세팅을 마친 뒤 강사들은 다시 홀에 집합했다.

대강의실 문이 열리면 우리는 10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각자의 역할을 정했다.


나는 기업 담당자에게 강의 자료와 장비 확인을 부탁했다.

강사 2명은 키크세팅을, 강사 1명과 기업 담당자 1명은 의자 세팅을 맡았다.
(기업 담당자 중 한 분에게 의자 세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강사 1명은 미니 전시 세팅을 담당했다.


대강의실 문이 열렸고,

강사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일사불란하게 해냈다.

1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참여자 100명이 대강의실을 채웠다.

함께 듣는 강의를 마친 뒤, 안내에 따라 50명의 참여 봉사자들은 각각 4개의 방으로 이동했다.


모두 이동을 마친 뒤 내가 맡은 대강의실에는 50명의 봉사자가 남았다.

임원들이 많았다. 사장님, 이사님, 전무님들.


보통 한 강사가 담당하는 최대 인원은 20명이다.
그래야 만족도 높은, 질 좋은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

20명 강의에는 메인 강사 1명과 보조 강사 1명으로 시작해, 인원이 늘어날수록 보조 강사가 추가된다.
그래서 100명 강의는 메인 강사 1명, 보조 강사 4명 구조다.

하지만 지금은 공간 제약으로 한 강사가 10명을 맡고, 한 강사가 50명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전에 육아 박람회에서 임산부 200명을 대상으로 메인 강사 1명과 보조 강사 3명으로
태교 바느질 특강을 진행한 적도 있다.


강의를 못 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의 가능’과 ‘강의의 질’은 다른 문제다.


기업의 참여형 봉사활동은 담당자의 업무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강의만 하면 된다’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 방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임원들이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기업 담당자에게 진행 중 도움을 부탁했다.

마이크가 유선이라 설명할 때 마이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설명서 보는 법, 만들기 영상 QR 코드, 각 과정별 주의 사항을 천천히, 상세하게 안내했다.


만들기 과정에서는 50명의 집중이 필요했고, 참여자들의 속도는 모두 달랐다.
맞춤형 안내가 필요했다.


만들기가 시작되자 잘 따라오는 사람이 보였고, 하나하나 확인이 필요한 사람도 보였다.

각 테이블마다 손이 빠르고 이해가 빠른 참여자를 ‘작은 선생님’으로 부탁드렸다.
테이블 안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했다.


30분쯤 지나자 나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각 테이블의 작은 선생님들이 정말 잘해주고 계셨다.

운 좋게도 사장님이 계신 테이블에서는 사장님이 가장 솜씨 좋은 작은 선생님이 되어 다른 참여자들을 도와주고 계셨다.


이제는 반복 작업의 시간이었다. 각 테이블별로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주의 사항을 다시 한번 안내했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워 다른 방 상황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내방의 참여자들은
“얼른 다녀오세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믿음직한 사람들이었다.


4개의 방을 둘러보니 모든 참여자들이 우리 방보다 더 빠르게 잘 진행하고 있었다.

강사님들께 만들기 마무리 후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대강의실로 이동해 달라고 전달했다.


다시 대강의실로 돌아오니 모두 정성껏 잘 만들고 있었다.

강의 시간은 2시간. 10분을 남기고 각 방의 참여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방도 거의 마무리되었고, 5분을 남기고 단체 사진 촬영을 한 뒤 강의는 종료되었다.


강의를 마친 뒤 기업 담당자는 사전에 공간 안내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원래는 100명 수용 공간에서 한 번에 진행하려 했으나, 테이블 배치를 하면서 수정된 내용이었고 그 과정이 공유되지 못한 것이었다.

강의 시작 30분 전에 알게 되어 당황했지만,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경험 이후 100명 이상 강의는 최소 1시간 전 현장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50명 내외 강의는 30분 전 도착을 기준으로 한다.

현장에는 언제나 공유되지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강의를 한다는 것은 그 변수를 해결하는 미션까지 함께 맡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다행히 강의 만족도는 높았고, 올해 다시 강의 요청을 받았다.

이번에는 방의 개수와 참여자 인원이 처음부터 정확하게 공유되었다.

e5cd0bb9-ffc0-4ebf-bb77-42d0d3f76d2b.png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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