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와 직원 모두가 명확히 확인해야 할 것
구직자 입장
"제발 어디라도 나 좀 데려가면 좋겠다." 몇 년 전 취업준비 중이던 친구가 한 말이다. 이 말에는 생략된 부분이 있다. 진실된 뜻을 보자면 "(내가 원하는 곳 중) 제발 어디라도 나 좀 데려가면 좋겠다."이고,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대기업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거나, 연봉이 높거나, 워라밸이 좋거나, 급여 대비 업무 강도가 약하거나를 만족하는 내가 원하는 곳 중) 제발 어디라도 나 좀 데러 가면 좋겠다."로 풀어쓸 수 있다.
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아무 데나'가고 싶은 사람은 사실 없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도 사실 '갈만한'곳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진짜로 구인을 하는 곳이 없어서 취업난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용주 입장
"면접 때는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한다고 하고, 목숨 바쳐 일하겠다 하더니 막상 취업하고 나니 인생 최대 목표가 '칼퇴'입니다.", "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고용주들은 '일 할 사람이 없다'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잠자고 시키는 대로) 일 할 사람이 없다'로 풀어쓸 수 있다. 맘껏 부려먹거나 열정 페이를 바라서 그런 거지 진짜로 구직 중인 사람이 없어서 취업난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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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사관계가 원하는 것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노사관계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일까? 구직자는 취업 시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고용주는 직원에게 어떻게 요구를 하고 지시를 내려야 할까?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야 하는 진사회성 동물이다. 그리고 사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주고, 받음의 관계에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얼마큼 주고, 얼마나 받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 기준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이다.
물론 이런 취업규칙 없이 신뢰 속에서 회사가 운영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절대 그렇지 않다. 직원 입장에서는 취업규칙이 없는 회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회사 입장에서는 취업 후 속 썩이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된 취업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물론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의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상호 간의 존중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가 무용지물이 아니라 '기준'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근로계약서는 말 그대로 '근로' 조건을 명시한 '계약서'이다. 근로자(직원)가 회사(사용자)에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필수 계약이다. 근로 계약서에는 '고용 계약 기간', '임금', '임금 지급 시기', '근로 시간', '근무 무서 및 담당 업무', '휴일 및 휴가', '보칙(기본을 보충하고자 만든 규칙)'들이 포함된다. 근로계약서는 상호가 동등한 입장에서 작성되어야 하며 반드시 상호 간의 동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상호가 특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을 짚어보겠다.
소속이 될 부서와 근무 장소 그리고 담당 업무를 반드시 명시하는 게 좋다. 특히 출장이 잦거나 지사가 있어 기간의 정함이 있는 지방 발령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직무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직원을 써야 할 경우도 있고, 직원 역시 근무를 하다 보니 다른 직무에 더 소질을 보이거나 관심이 갈 수 있다. 변경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그 가능성에 대해 명시를 하고 명확히 설명하고 상호 간에 동의를 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연봉 계약기간'과 '근로계약기간'은 엄연히 다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계약직'의 경우 특정 사업 완료에 필요한 예외의 상황 이외에 계약 기간이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간혹 쓰레기 같은 회사에서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적고 "'연봉 적용 기간'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한 후 1년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억울함을 품고 노동청을 찾아가 봐야 딱히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당신은 이미 '계약직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이다.
연봉 계약 기간이 1년 혹은 다년일 경우 계약 기간에 '기간의 정함이 없음'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이 문구가 있다면 해당 기간은 '임금 계약의 기간'으로 간주된다. 회사에서도 그 사람을 1년 정도 써보고 결정하고 싶다면 '미리' 명확하게 얘기하고 계약 기간을 명시하면 된다.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양측 다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급제의 경우 시급을 명시하고, 근로시간 외 수당에 대한 지급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도 명확히 할 거라면 정확하게 명시를 하거나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연봉제로 계약을 하도록 하자. 사실 이 '포괄임금제'가 '열정 페이'의 근원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상황을 명확히 구분해서 계약한다면 문제가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미리 언급하지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1)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거나 2) 상호 협의하에 근로계약을 했거나 3)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기타 제반사항을 고려해 합당한 경우에만 인정이 된다. 즉, 상호 협의 없이 실컷 일을 시켜놓고 "사실은 우리 포괄임금 제지롱! 혹은 연봉제니까 당연히 포함된 거 모르냐?"이따위로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스탠스를 취할 경우 바로 고소미를 먹이면 된다. (그러나 그 과장이 굉장히 불편하고 귀찮으며 사업장이 입는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아, 근로기준법을 어길 경우 왜 '강력한'조치가 없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로기준법을 어겨서 회사의 존폐가 갈릴 정도의 엄벌을 내리게 되면 그 회사를 다니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실직을 하게 된다. 또 애초에 근로기준법 상에 상황에 따른 형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바꾸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은 국가 경쟁력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고 어려운 문제인 것이 맞다.
만약 3개월의 수습기간(인턴)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었을때는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귀찮더라도 다시 써야한다. 인턴을 위한 기간은 3개월이 넘을 수 없다. 또한,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쓰면은 반드시 14일 이내에 4대 보험을 신고해야 한다. 4대 보험을 신고하면 '정규직'이 되는 줄 알고 일용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기간이 14일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4대 보험과 정규직은 전혀 관계가 없다. 3개월짜리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기간 내에는 상호 목적이 맞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도록 하자.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지켜야 할 기본 수칙들을 근로계약서에 다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에 다 담지 못하는 내용은 '보칙'내에 '이 외 사항들은 별도의 취업규칙과 관계법령 그리고 상호 협의로 결정한다.'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개정된 노동법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의 경우 이 '취업규칙'을 '반드시'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할 수 있고 노사 분쟁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0인 이상의 사업체에 '취업규칙'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면 무규칙 속에 근무할 각오를 하고 취업을 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역시 언제든지 신고당할 수 있으니 취업규칙을 안 갖추었다면 갑작스러운 노동부의 전화를 각오해야 한다.
취업규칙 내에는 복무 준수사항, 인사, 채용, 휴직 및 복직, 퇴직 및 해고, 상세 근로 조건, 휴일 및 휴가, 복지후생, 징계 등이 포함된다. 특히 최근에 개정된 법률에 의하면 연소자 보호 및 남녀고용평등,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가족 돌봄 휴직, 육아휴직에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돈을 지불하고 인력을 활용한다는 것은 절대 쉽거나 가벼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 역시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관계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창업을 하고 고용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면 '일하는 것'만이 사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취업을 하기로 결정을 한 사람이라면 가급적 취업규칙이 정해진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 그 '취업규칙'이 회사의 생존과 이익창출을 위한 노사 간의 합의인 것이지 적게 일하고 많이 받아가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