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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르도 Oct 04. 2024

기사도 정신과 카밍시그널

우리만 모르는 반려견들의 에티켓

서열정리는 확실하게 해야 해

개밥부터 먼저 주는 게 아니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를 기를 때 서열관리의 중요성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한다. 특히 남성 견주들이 더 그런 편이다.


그릇된 오기를 가지고 있는 일부 남성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과 완벽한 수직관계를 형성하려고, 선별된 특수목적견이 아닌 일반 강아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려견에게 집요하게 고된 훈련을 강제하기도 한다.     


왜 개랑 기싸움을 하는가.


개와 서열다툼하는 자신에게 인격장애가 있을 개연성을 스스로 의심해보아야 한다.     


공원에서 자기 반려견에게 윽박지르고 체벌까지 하는 견주를 볼 때 나는 분노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 성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왜곡된 자기 울분을 자신보다 약한 존재인 개에게 풀고 있는 것이다.

비열한 짓이다.      


삶의 고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개에게 풀려고, 위선의 가면을 쓰고 일부러 유기견 센터를 찾아가 유기견을 입양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사악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삶을 유린하동물 학대성범죄아동학대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범죄다.

단언컨대 그 죄가 하늘과 땅에 차곡차곡 쌓여 정죄받을 날이 올 것이다.      


한편 어린 강아지를 입양한 새내기 견주들은 간혹 새끼 강아지에게 강도 높은 훈육을 하기도 한다.

유튜브와 케이블 방송에 소개되는 사나운 문제견들의 횡포를 보고, 내 반려견만큼은 조기교육을 확실하게 시켜야 되겠다는 그릇된 강박에 새끼 강아지가 짖거나 배변 실수를 했을 때 호통치고 엉덩이를 때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갯과 동물의 공동체에서는 자견들을 결코 그런 방식으로 훈육하지 않는다.

부모견들은 자견 출생 후 4개월 반까지, 이른바 <퍼피 라이센스 puppy license>로 불리는 특별 보호 기간 동안에 새끼강아지를 절대로 야단치지 않는다.  

새끼 강아지가 어미젖을 깨물고, 떼쓰고, 짖고, 대소변을 가리지 않아도 모견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새끼강아지들을 포용한다. 새끼강아지가 자유의사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해도 절대로 꾸짖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간중심적인 기준을 버리고, 먼저 자연의 섭리를 온전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섭리는 세상의 모든 새끼 동물들을 주어진 모습 그대로 따뜻하게 품어낸다.


❝교육은 그대의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 준다.❞
✰칼릴 지브란. 미국 작가✰


<퍼피 라이센스> 기간 동안에 부모견들은 훈육하지 않는다.


 

미래의 문제견으로 전개될 나쁜 버릇의 싹을 잘라낸다는 명분은 자의적이다. 사실 문제견이 되는 이유는 견주의 심리가 불안정할 때 자신의 심적 불안함을 반려견에게 투사하여 반려견을 로봇처럼 컨트롤하겠다는 강박에 있다. 견주의 병들어 있는 마음이 반려견을 문제견으로 만드는 것이다.     



늑대 무리 사회는 부모와 자식 간에 착취하는 주종의 관계가 없다.

실제로 부모 늑대는 사냥을 나가 먹이를 구하여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반드시 새끼 늑대에게 먼저 먹이를 내어준다.  개밥부터 먼저 주는게 아니라는 훈육방식은 그 정당성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늑대들의 육아방식보다 못한 수준 낮은 교육철학일 수 있다.


헌신적인 부모 늑대의 보살핌으로 새끼 늑대는 성장하고, 성체가 된 2세대 늑대들은 부모 늑대로부터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서 일생동안 부모 늑대를 사랑하고 그들과 협력한다.     

물론 성체로 성장한 일부 2세대 늑대는 자기 가족을 꾸리기 위해 무리를 떠난다.

그러나 부모 늑대 곁에 남기를 선택한 2세대 늑대들은 무리에 남아 부모 늑대로부터 태어난 동생 새끼 늑대들을 부모 늑대와 함께 돌보며, 무리를 지어 함께 협력하여 사냥한다.


부모 늑대에 대한 새끼 늑대와 2세대 늑대들의 이 같은 사랑과 신뢰는 그들의 삶 안에서 평생토록 지속된다.

아울러 부모 늑대와 성체가 된 2세대 늑대들은 무리사회 안에서 군림하는 왕이 되려고 결코 서열 투쟁하지 않는다. 마초성향의 일부 남성 견주들만이 개들과 서열 투쟁한다.   


늑대 무리의 호혜적인 공동체성


유튜브 영상이나 케이블 방송에 나오는 문제견들의 사나운 행동들을 보면 누가 봐도 구제 불능인 경우가 많다. 폭주하는 문제견들의 광기가 넘치는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개들은 정말 기본 매너란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이다.


개들의 공동체에서도 개들만의 에티켓과 규칙이 있다.

우리들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지, 개들은 서로 처음 만날 때 평화주의적인 준칙을 갖추고서 서로에게 다가선다.     

개들은 실제로 개들의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제스처와 패턴화 된 움직임을 토대로 풍부하게 의사소통한다. 개들 간의 의사소통은 주로 갈등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마주친 상대의 감정을 안정화시키 위한 목적성을 갖는다.

이와 같은 개들의 바디랭귀지를 <카밍시그널 Calming signal>이라 부른다.

개들이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갖추고 있는 기본 교양의 외형이 바로 카밍 시그널인 것이다.

      

카밍 시그널은 노르웨이의 저명한 훈련사인 투리드 루가스(Turid Rugaas)’가 수십 년 동안 반려견들을 교육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적으로 명료하게 그 체계를 잡은 개념이다. 패턴화 된 바디랭귀지를 토대로 영민한 개들이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카밍시그널은 그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가장 쉽게 목격되는 카밍시그널은 반려견들이 사람들로부터 원치 않은 요구를 받게 되었을 때 <하품>을 하는 것이다. 발톱을 깎자고 발톱깎이를 들이대면, 반려견들은 곧이어 크게 하품한다. 그것은 졸리다는 표현이 아니다. <싫어요.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부정의 표현이다.

또한 혀로 자신의 코를 반복적으로 핥는 행위도 자주 목격되는 반려견들의 카밍시그널이다. 이 역시 싫다는 부정의 표현 중 하나다.     

     


<만남 10주년 기념 사진> 장시간의 촬영에 스트레스를 받은 도솔이가 자기 코를 핥고 있다.


반려인들은 잘 헤아리지 못하지만, 산책을 나온 반려견들끼리 서로 마주칠 때 반려견들은 그들 세계의 공용어인 <카밍시그널>로 첫 대화를 시작한다. 개들은 매우 섬세한 만남의 에티켓을 가지고 있다.     


두 마리의 개가 만날 때,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그들은 잠시 멈추어서 1초 정도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짧은 시간 동안의 사소해 보이는 제스처이지만, 이것은 자신에겐 싸울 적의가 전혀 없음을 나타내는 카밍시그널로써 개들 간의 관계에선 중요하다. 서로에게 적의가 없음을 잠시 고개 돌림의 시그널링으로 교차 확인한 개들은 곧 서로에게 반갑게 다가선다.      


이는 중세 시대 때 앵글로 색슨계 민족들 사이에서 생겨난 <악수>의 인사방식과 유사하다.

중세 시대 기사들은 칼을 허리 왼편에 차고 있다가 유사시 오른손으로 칼을 뽑아 들어 전투하였다. 싸울 의사가 없을 때 기사들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칼을 뽑아 드는 오른손이 비었음을 표시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악수의 기원이다.


개들의 잠시 고개 돌림의 시그널링은 악수를 나누던 중세 유럽 기사들의 매너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개들은 모두 기사도 정신을 갖춘 교양 넘치는 존재들이다.

   



개들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 안에 머물게 되면, 카밍시그널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다른 개들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카밍시그널로 상호 간 부단히 소통한다.     

개별자 수준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넘어 상호호혜적인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카밍시그널은 무리 내 분쟁을 해결하고 번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 온 늑대 조상들로부터 유전되었다.     


늑대들은 본능적으로 무리 안에서 벌어지는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개체 간 협력 의지를 다른 어느 종보다 강력하게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개가 늑대와 다른 점은 늑대들은 이미 행해진 공격성을 사후적으로 중단하는 <중단시그널>로써 바디랭귀지를 형성하는 반면, 개들은 상호 간 심적 갈등이 공격으로 전환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전적으로 <카밍시그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카밍시그널은 개가 늑대보다 인지능력과 소통능력의 측면에서 우월함을 입증한다.          

이와 같은 고도의 정서적 인지능력의 표현인 카밍시그널은 견종을 불문하고 모든 개가 공유한. 카밍시그널은 늑대보다 진화한 개들의 강력한 소통의 무기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검은 모피를 가진 개들은 하얀 모피를 가진 개들보다 시그널을 송출하는 과정에 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주친 상대견과 사람들에게 좀 더 명료하게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 검은 모피의 개들은 제스처와 더불어 로 더 풍부하게 시그널을 송출한다.


혀를 사용하여 더욱 풍부하게 의사표현하는 '검은 모피'의 개


상대방 기준에서 자기가 표현하고 있는 시그널이 얼마큼 선명하게 인지 될지를 고려하여, 자신의 시그널링 방식을 개선하는 검은 모피개들의 메타인지력이 정말로 놀랍다.     


사람과 동료 무리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은 포유동물 중 단연 개가 최고다.     

인간을 제외하고 개들은 정서적인 인지능력에서 진화의 정점에 있다.   

우리 도솔이가 나와 매일 대화 나눈다는 이야기는 결코 망상이 아니다.    

   

“도솔아 아빠가 오늘 할 얘기가 있거든. 이리 좀 와볼레 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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