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미와 형식미만이 가득하여 사람 냄새가 나질 않는 EDM 음악은 고독할 때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열치열인 것이다.)
어찌 보면 EDM 음악은 추상미술을 닮았다.
반복되는 사각 패턴, 기습적인 사선과 낯선 대칭들, 뾰족한 첨탑 모양, 은밀한 뿔 모양, 비상하는 삼각형 등으로 평면을 기하학적으로 리드미컬하게 구성하는 현대미술처럼 EDM 음악은 그 어떤 메시지도 표제(標題) 하지 않고 오색찬란한 화음과 낯선 미분음들의 조합만으로 시공간을 감각적인 청각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 넣는다.
나는 EDM 클럽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르크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다.특히 샤갈의 <창박으로 보이는 파리풍경>에서 맛볼 수 있는 구성미와 색채감은 EDM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르크 샤갈 1887~1985 러시아 화가>
-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 AM 2시.
형광빛깔 레이저 조명은 시리도록 강렬해지고, 날개 편 공작새같이 춤추는 남녀 모두가 오늘하루만 사는 나르키소스가 되어 스테이지의 주연들을 자처한다. 하나같이 입가에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나 빼고 모두 행복해 보인다.
외로움에 위스키와 EDM이 더해지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클럽 안에서도 마음은 도리어 적막해진다.
술과 음악.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진 주말 밤은 늘 위태롭다.
이번 생을 불사를 기세로 클럽에서 밤을 지새운 다음 날엔 예외 없이 끝판왕 수준의 절대급 숙취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전소된 하루의 대가는 참혹하다.
내 안의 혈액을 장악한 알코올은 나의 육신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조목조목 조롱한다.
그때 내 안의 모든세포는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진다.
지금 이 시간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사실에 시시각각 절망하며, 내 다시는 술 먹지 않으리. 결심해 보지만 이미 나라는 존재는 그 존재 자체가 고통과 회한의 정수를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