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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Aug 22. 2022

12주 차 - 아이와 함께 한 경험 공유 하기

 결국 이 힘든 일을 해내셨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글들은 평소 아이와 잘 지내는 분들을 위함이 아니고 어떻게 아이랑 놀아야 될지 모르는 아빠들을 위한 글이었는데, 그런 아빠들이 아이와 이렇게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고, 이런 아빠들의 노력은 기적과 다름없어요. 그러니 정말 우리 아빠들, 대단하십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빠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여기까지 오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버지로서의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을 테고, 아버지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서먹한 아이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신 분도 있으시겠고, 훗날 더욱 멀어질 것을 염려해 미리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함도 있겠지요. 각자가 가지고 오셨던 처음의 염려와 걱정들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내용들을 혼자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좋겠어요.


 미션을 진행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는 어떤 것들이 있으셨나요? 분명 처음에는 아이의 취향에 대해 잘 몰라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 착각하여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대로 아이가 따라오지 않아 실망도 했을 테고, 싫어하는 책을 읽어주려 했다던가, 차린 음식을 몇 숟가락 먹고 그만 먹겠다고 하는 여러 순간들이 떠올라도 괜찮아요. 분명 아이와 함께 겪은 그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의미 있는 시간들이라 확신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생 연설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들을 얘기하며 '점을 잇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지금 잇는 점들이 미래의 어떤 시점에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 내가 아이와 보내는 이 사소한 시간도 훗날 반드시 연결되어 아이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미션을 통해 변화된 것들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아이도 변하고, 엄마도 변하고, 무엇보다 아빠 자신이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함께 놀고, 자신과의 시간에 집중해서 보내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우리 아이는 독립적이고 내적 통제력이 강해지고, 성취 및 호기심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정서적 갈등 상황 속에서 잘 극복해 낼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그리고 아빠들은 아이와의 친밀감을 많이 쌓았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 거실에서 놀다가도 엘리베이터 소리에 아버지가 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방으로 도망가곤 했어요. 그만큼 아버지가 무섭기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어색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아빠들은 이번 미션들을 통해 어색했던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됐고, 아빠를 찾지 않던 아이들도 아빠를 찾으며 '아빠 같이 놀자'를 외치며 다가오고 있을 거라 확신해요. 이런 변화를 통해 퇴근 후 집에 가는 시간이 행복해질 테고, 엄마와의 시간이나 관계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가정이 편하니 밖에서 생활하는 아빠에게도 활력이 넘칠 테고요. 이처럼 아빠들에게 어떤 것들이 변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처음으로 요리도 해보고, 책도 읽어주고, 밖에 나가서 같이 놀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책을 읽으며 보충하고, 심지어 엄마는 빼고 여행까지 간 우리 아빠들. 이런 우리의 노력과 시행착오, 그리고 느낀 점을 나만 알고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준비한 마지막 미션은 주변 지인들에게 아이와 함께한 그 순간을 공유하기입니다. 하루 약속을 잡고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이 시간들을 얘기하시면 됩니다. 아빠들의 노력을 지켜본 엄마라면 아마 쿨하게 보내주실 거예요. 부디 이 화려한 시간을 나눌 때 내 안의 뿌듯함이 더 커지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신기한 건요, 우리가 이런 순간을 지인들과 공유하면 실제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고, 꽤 괜찮은 사람의 삶을 더 유지하려고 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미션이 없어도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해주려고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거예요. 


 이 글을 적으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하나 읽었는데요. 맞벌이하는 아내가 여러 가지로 힘들어해 회사를 그만두도록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아빠의 글이었어요. 뭐, 주변에서 흔히 볼만한 고민인데요. 문제는 댓글이 참 처참하더라고요. 맞벌이하는 엄마는 '아빠가 뭐 하는 게 있냐? 설거지하고, 아이랑 잠깐 놀아주는 게 다냐?'같은 의견들을 얘기하시고, 아빠들도 이에 질세라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다르다, 아빠도 최선을 다해서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있다'같은 얘기들로 싸우고 있더라고요. 저희 집은 제가 외벌이를 하다 보니 맞벌이 집안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견도 내진 못했는데, 순간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글을 적으며 모든 이들의 입장을 다 아는 듯이 얘길 해도 되는 걸까? 이 글이 주제넘은 글은 아닐까?' 같은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육아가 노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 노는 얘기만 주야장천 적어놔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는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많은 아빠나 엄마의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글 내용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내용은 언제든 피드백 주시면 적극 반영해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같이 힘내 봐요. 아빠와 아이, 우리 모두의 찬란한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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