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재댁 Oct 10. 2022

우주를 흔드는 나의 소원

깨진 팔꿈치가 이야기해 줄 거야. 잘 들어봐~

내 소원은 뭘까? ‘소원’이란 단이에 꽂혀 ‘우주를 흔드는 나의 소원’ 캘리그래피 문화강좌에 신청했다. 산책 길에 종종 들르는 ‘반달 서림’ 생태 독립서점에서 여는 강의였다.


캘리 수업 첫날 9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서점까지 걸어서 12분 걸린다. 시작 시간은 10시. 2분 늦을 예정이었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저만치 떡 벌어진 어깨에 팔뚝은 나의 세배는 될 법한 근육질 남성도 앞질렀다. ‘살짝 내리막길이라 달리기 수월하네.’ 생각하는 순간, 아차차!! 발끝이 어느 지점을 넘지 못하고 멈추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속도가 붙은 슬라이딩과 함께 ‘빠지직온몸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따라 오던 남성이 놀라 “괜찮으세요?” 물었다.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한  입만 움직였다. “, 괜찮아요.” 그가 다시 앞서 걸어가는  확인한 , 팔과 다리를 살폈다.  무릎이 보도블록에 쓸려 피가 흘렀다. 팔꿈치는 시야 뒤편이어서 정확치는 않지만 쓰라린 정도로 봐서는  상처가  듯했다.


 다시 달렸다. 긴치마는 무릎을 가려줬고 팔꿈치는 가방에 있던 손수건으로 둘둘 말았다. 괜찮냐고 나를 걱정해 주었던 남성을 앞지르는 순간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시에 도착하는  중요했던 나는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헐레벌떡 서점에 들어서니, 이제  시작하려 했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구석 빈자리에 앉았다.  5 늦었다.


간단한 수업 안내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 나이가 지긋하고 에너지 넘치는 어르신, 말기  수술  기적적으로 살았기에 감사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는 , 아이가 지난번 소원 수업을 들어 자기도 신청했다는 분도 계셨다.


 순서다. “오다 넘어져 늦었어요.”서슴없이 팔꿈치를 보여주며 변명한다. 바로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상처를 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다. 고개를 돌린   쪽을 바라보지 못한다. 서점 대표는 벌떡 일어나 구급약을 찾으러 간다. ‘이게 이렇게 호들갑떨 상처였어?’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살짝 민망해진다. 그는 정성스레 약을 바른 후 재 밴드를 꺼내며  마디 한다 “이게 뭐라고 뛰었어!” “ 비싼걸.. 이건 애들 붙여줘.   커서 재생  해도 괜찮아.” “아냐, 상처  ! 붙여~” 손바닥만  재생 밴드를 통째로 붙인다. 그의 찡그린 미간을 보며, 사랑받는 어린이가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진다..


팔이 깨졌는데 나는  실실 웃고 있을까? 스스로 의아했다. 처음으로 나의 아픔에 주의를 기울여 보았다. 온몸이 쑤셨다.  팔다리 상처가 쓰라렸다. 왼팔꿈치를 바닥에 갈면서 오른손을 바닥에 짚어선지 오른 어깨가 뻐근했다. 걸을 때마다 골반이 욱신거렸다.


철푸덕 넘어지는 장면을 목도한 남성을 뒤로하고 절뚝거리며 뛰던 나는 지각하지 않는 성실한 아이가 되려 노력했다. 내가 교육장 분위기를 망친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소독하면서 쓰라리지도 않은척했다. 밴드를 붙여주는 서점 대표를 보며 ‘사랑’에 집중했다.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매만지는 순간조차 나의 괴로움보다 상대의 사랑을 갈망했다. 엄마에게 인정받는 것이 너무 중요했던 나는 ‘나의 아픔’보다 사랑받을 수 있는 ‘행동’을 찾았다.


깨진 팔꿈치는 2주째 나에게 말을 어온.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란다. 무심히 턱을  ,  먹으며 팔을 식탁에 기댈 , 엎드려 책을 읽으려  때마다 ‘너를  돌보는  중요해~~’라고 팔꿈치는 이야기한다.





이전 09화 ‘지금은 만져도 아프지 않은 피부’ 흉터를 어루만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