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둔감했던 나는 어릴 적 흘리지 못한 눈물을 지금 흘리며 애도한다.
‘우리 몸은 자기 치유 능력이 있기에 바르게 펴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몸 펴기 생활 운동. 내가 사랑하는 운동.
나는 매주 용인 서천점에 들른다. 몸펴기는 몸을 펴고 근육을 풀어주는 생활운동이다. 어렵지 않은 운동인데 회원분들의 간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 내가 오십견으로 팔이 안 올라갔었는데, 이것 봐!! 이젠 쭉쭉 올리잖아?!” “저는 족저근막염으로 걸음을 못 걸었어요. 지금은 훨훨 날아요~”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던 회원분들의 체험사례도 이어진다.
나는 다리 마사지 시간을 좋아한다. 쪼그려 앉아 한쪽 다리를 세우고 발에게 감사를 전한다. ‘하루 종일 나를 받쳐주고 지지해 줘 고마워~’. 발은 햇볕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언제나 하얗다. 작은 밀대로 정강이, 종아리, 발목, 복사뼈, 발뒤꿈치, 발바닥, 발가락을 순서대로 정성껏 밀어준다. 그다음, 손가락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발가락을 찢을 듯이 벌려준다. 차례차례 발가락 스트레칭을 한 뒤, 마지막으로 발가락 사이를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꾸~욱 눌러준다. 평생 한 번도 돌본 적 없는 내 몸의 가장 아랫부분 여행을 매주 떠난다.
어느 날은 다리를 유심히 보다 깜짝 놀랐다. 내 다리가 이리도 빈틈없이 상처로 채워져 있다니! 오토바이 배기관에 덴 정강이, 방바닥에 놓인 압력솥에 덴 종아리, 자전거 타다 넘어진 무릎 상처까지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다. 흉터 사이사이 빼곡히 채워진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는 어린 시절 아픔의 증거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만져도 아프지 않은 피부를 어루만진다. 다치고 또 다쳐 얼룩덜룩 혹은 꺼멓게 변해버린 상처의 자국을 쓰담쓰담하다 보면 어느 날은 왈칵 눈물이 난다. 몸 어딘가에서 나의 돌봄을 기다리던 아픔이 그 순간 위로받고 있음을 안다. 나는 어릴 적 흘리지 못한 눈물을 지금 흘리며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