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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댁 Sep 27. 2022

‘지금은 만져도 아프지 않은 피부’ 흉터를 어루만지다.

아픔에 둔감했던 나는 어릴 적 흘리지 못한 눈물을 지금 흘리며 애도한다.

우리 몸은 자기 치유 능력이 있기에 바르게 펴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회복할  있다 이야기하는  펴기 생활 운동. 내가 사랑하는 운동.


나는 매주 용인 서천점에 들른다. 몸펴기는 몸을 펴고 근육을 풀어주는 생활운동이다. 어렵지 않은 운동인데 회원분들의 간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 내가 오십견으로 팔이  올라갔었는데, 이것 !! 이젠 쭉쭉 올리잖아?!” “저는 족저근막염으로 걸음을  걸었어요. 지금은 훨훨 날아요~”   디스크,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던 회원분들의 체험사례 이어진다.


나는 다리 마사지 시간을 좋아한다. 쪼그려 앉아 한쪽 다리를 세우고 발에게 감사를 전한다. ‘하루 종일 나를 받쳐주고 지지해  고마워~’. 발은 햇볕을 거의  적이 없어 언제나 하얗다. 작은 밀대로 정강이, 종아리, 발목, 복사뼈, 발뒤꿈치, 발바닥, 발가락을 순서대로 정성껏 밀어준다. 그다음, 손가락으로  번째 번째 발가락을 찢을 듯이 벌려준다. 차례차례 발가락 스트레칭을  , 마지막으로 발가락 사이를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 눌러준다. 평생  번도 돌본  없는  몸의 가장 아랫부분 여행을 매주 떠난다.


어느 날은 다리를 유심히 보다 깜짝 놀랐다.  다리가 이리도 빈틈없이 상처로 채워져 있다니! 오토바이 배기관에  정강이, 바닥에 놓인 압력솥에  종아리, 자전거 타다 넘어진 무릎 상처까지가 내가 떠올릴  있는 기억이다. 흉터 사이사이 빼곡히 채워진   없이 많은 상처는 어린 시절 아픔의 증거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만져도 아프지 않은 피부를 어루만진다. 다치고 또 다쳐 얼룩덜룩 혹은 꺼멓게 변해버린 상처의 자국을 쓰담쓰담하다 보면 어느 날은 왈칵 눈물이 난다. 몸 어딘가에서 나의 돌봄을 기다리던 아픔이 그 순간 위로받고 있음을 안다. 나는 어릴 적 흘리지 못한 눈물을 지금 흘리며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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