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샌디에이고
※ 알림: 이 글은 허구이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좀 걷고 싶었어요. 귀여운 것들 구경하면서요.”
“마침 잘 됐네요. 나는 핼러윈 코스튬을 사려고 왔어요. 어학원에서 잘 차려입으라고 돈을 조금 줬거든요.”
“뭐 하고 싶은데요?”
“그냥 무난하게 타코요.”
“타코가 된다고요? 하하 그것 참 귀여운 아이디어네요.”
“예지는 뭐 하고 싶은데요?”
“글쎄요. 제 의상으로 누구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가상의 인물로 하고 싶어요. 캡틴 잭 스패로우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좋은 아이디어인데 미국에서는 보통 섹시한 코스튬을 많이 입어요. 그런 의상을 입어도 전혀 판단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거든요.”
“그래요? 잘 몰랐어요. 이번이 제가 핼러윈에 참여하는 첫 번째라서요.” 나는 머쓱하게 말했다.
홀튼 플라자에서 핼러윈 코스튬을 찾으려고 두세 바퀴를 둘러보았지만 타코 코스튬은 없었다. 나는 뭘 할지 아직 못 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코스튬은 다음에 사러 가기로 하고 우리는 씨포트 빌리지를 향해 걸었다. 10분 정도면 바다가 나오는 거리였다. 브라이언과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브라이언, 브라이언!” 남자가 지나가자마자 내가 브라이언을 불렀다.
“알아요. 나도 봤어요.”
“저 느끼한 남자는 뭐예요? 내가 당신이랑 있는데도 나한테 저런 눈빛을 보내는 이유가 뭐예요?”
“글쎄요. 당신이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나는 그렇지 않고요.”
“왜 가만히 있었어요? 뭐라고 한 마디 해줬어야죠!”
“괜히 싸움 만들기 싫었어요. 그냥 무시하는 편이 나아요.” 브라이언은 어딘가 단단한 눈빛이었다.
약간의 실랑이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씨포트 빌리지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젤라토를 파는 가게가 있었고 나는 젤라토를 먹자며 브라이언을 이끌었다. 브라이언은 돈이 없다면서도 나에게 레몬맛 젤라토를 사주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본인은 안 먹겠다고 내 것만 결제하고는 내 젤라토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안 돼요! 이건 내 것이라고요!” 나도 장난스럽게 정색을 했다.
“내가 사준 거잖아요! 핥아먹게 해 줘요!”
“윽! 더러운 소리 하지 말아요. 브라이언!”
우리 둘은 젤라토를 주네마네 하는 장난으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배꼽 빠지게 웃다 보니 심장에서 뭔가가 새어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기로 한 건지도 잊어버렸다. 우리는 잔디밭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옆에서 연을 날리는 소년과 코 앞의 바다를 번갈아 보며 바라보았다. 석양이 지고 있었는데 태양 빛이 날아다니는 갈매기 사이로 비쳐 묘한 이국적인 느낌을 줬다. 그때 난 핼러윈 코스튬에 대한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