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며 11화

굿모닝 샌디에이고

by 무똥

※ 알림: 이 글은 허구이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하하! 가난한 남자 좋아해요?” 브라이언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가난한 남자가 좋은 게 아니에요. 돈 때문에 사랑 없이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화난 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돈에는 물질만 따라오는 게 아니에요. 자신감도 돈에서 나오죠.”

“자신감이란 건 사기예요. 모두가 불안하다고요!” 내가 반박했다.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자신감 있는 척이라도 해봐요.” 브라이언은 나를 향해 찡긋 윙크를 했다.


우리는 같이 버스를 탔다. 가스램프 쿼터에 사는 내가 먼저 내리려는데 브라이언이 나를 따라 내렸다.

“왜 따라와요?” 나는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려고요. 항상 그렇게는 못 해줘요. 오늘은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오? 나랑 헤어지기 아쉬운 거 아니고요?”

“이제 다 왔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브라이언은 조심스럽게 내 턱을 살짝 잡더니 내 볼에 입을 맞췄다.

“… 갈게요. 내일 봐요.” 나는 황급히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브라이언이 뭐라고 하는 것도 같았으나 돌아보지 않고 방까지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다음 날 어학원에 도착해 나는 의도적으로 리셉션 앞에서 고개를 피했다. 교실에 앉자마자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던 훌리오가 킥킥거리며 핸드폰을 확인하라고 눈치를 줬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왜?’ 귀신이네라고 생각하며 훌리오의 메시지에 답했다.

‘브라이언이 너한테 시선 고정이던데? 너 따라서 고개가 돌아가더라. 너무 티 내는 것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이야기 좀 하다가 헤어졌어.’ 나는 애써 가방의 책을 꺼내며 부산스럽게 굴었다. 곧 선생님이 들어왔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줄임말에 대해 배웠다. Would have가 would of로 발음되다가 결국 woulda로 발음된다는 것을 알자 뭔가 배신감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후루룩 발음해 버리니까 알아듣기가 힘들지!’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있는데 옆자리 브라질 친구들이 훌리오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시내에 클럽 샌디에이고라는 곳이 오픈하는데 초대장을 몇 장 받았다며 같이 가지 않겠냐는 거였다. 훌리오와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으며 눈빛을 교환하고는 ‘가야지?’라는 무언의 동의를 했다.


기숙사에 돌아와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브라이언에게 메시지가 왔다.

‘뭐해요?’

‘오늘 친구들이랑 새로 오픈하는 클럽에 가기로 해서 옷 고르는 중이에요.’

‘클럽에 간다고요?’

‘네. 문제 있어요?’

‘아니요. 재밌게 놀다 와요! 대신 다른 남자랑 춤추지는 말아요.’

‘왜요? 우리 남자친구, 여자친구인 사이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난 자유의 몸이네요. 재밌는 시간 보낼게요. 굿나잇.’


우리 사이가 이미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명확한 라벨을 붙이기를 거부하는 브라이언한테 실망해 차갑게 연락을 마무리했다. 손톱을 한참 물어뜯다 보니 손톱 옆 살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휴지로 대충 닦아내자 꽤 쓰라렸다. 나는 시내 재고처리 옷가게에서 산 목 부분에 가짜 보석이 달린 푸른 원피스를 입었다. 거기에 회색의 작은 퀼팅 크로스백을 메고 기숙사 문 앞에서 훌리오를 기다렸다. 훌리오는 연보라색 티셔츠와 황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왜 꾸미지 않았냐고 의아해하는 나에게 훌리오는 ‘마드리드에서는 그냥 편하게 춤추러 클럽에 가. 클럽 간다고 꾸미는 건 구시대적이야.’라며 놀렸다.


클럽 앞에 거의 도착하자 브라질 친구 두 명이 보였고, 한 명의 사람이 더 보였다. 뒤를 돌고 있었지만 곱슬머리가 눈에 띄었다.


앤워가 나를 돌아보며 교정기를 빛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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