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며 12화

굿모닝 샌디에이고

by 무똥

※ 알림: 이 글은 허구이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엇! 앤워! 너도 오늘 같이 노는 거야?”

“응. 대신 나는 술은 못 마셔.”

“왜?”

“종교법상 금지돼 있거든. 그래도 맨 정신에도 재밌게 놀 수 있어.”


앤워, 훌리오와 나는 친구들과 함께 클럽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동그란 모양과 네모난 모양의 춤출 수 있는 공간이 약간 떨어져 있었고 꽤 넓어 사람들이 꽉 차지 않았다. 어두운 실내에 보라색 조명이 살짝 비추고 있었다. 앤워는 벌써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머지 친구들과 나는 우선 술을 주문하기로 했다. 나는 스컬핀 IPA를 시켰다. 브라이언이 스쳐 지나가는 농담으로 “스컬핀, 브로. 스컬핀.”이라고 하며 낄낄 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스컬핀이 뭐냐고 묻자 자기가 좋아하는 맥주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한 모금 마시자 맥주의 쌉쌀한 향이 목구멍 가득 퍼졌다. 맥주라는 건 왜 마시는 걸까? 나는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며 두 모금 더 털어 넣었다. 훌리오는 레드와인에 과일을 넣어서 만드는 띤또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나는 여기는 멕시코 국경이지 스페인 국경이 아니라고 핀잔을 줬다.


앤워는 청바지를 한껏 내려 입고 스냅백 모자를 쓰고 다니는 평소 스타일만큼이나 힙합 음악에 자연스럽게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어렸을 때 발레를 배운 게 무색하게 뻣뻣한 나와는 다르게 몸의 유연성이 남달라 보였다. 친구들과 나는 둥글게 원을 그리고 다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알코올에 취하자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소리가 내 고막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눈에 바닥에 떨어진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내가 갑자기 쪼그려 앉자 앤워가 나랑 같이 앉더니 바닥에 떨어진 반짝이는 물체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앤워가 나에게 주운 물건을 건넸다. 빨간 큐빅이 박힌 반지였다. 나는 반지를 내 손에 끼워봤다. 약지에는 조금 크고 검지에 끼니 딱 맞았다. “고마워.”라고 내가 말했다. 한참을 춤을 추다 앤워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온다고 했고 나는 앤워를 따라 나갔다.


밤이 된 시간이었지만 샌디에이고 시내는 아직도 따뜻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클럽 앞에 서서 담소를 나누며 담배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요즘 이야기 많이 못 나눈 것 같아, 우리.” 앤워가 말했다.

“응. 그러네? 요즘 좀 바빴어. 썸 타고 있는 남자가 있거든.”

“그래? 근데 지금 그 남자는 어디 있어?”

“아마 자기 애를 보고 있을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애가 있는 남자를 만난다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근데 사귀자는 말을 안 해서 기분이 좀 상했어.”

“심지어 너는 사귀고 싶어 하는데 그 남자가 선을 그어? 하하. 진짜 골 때린다. 너도 그 남자도.” 앤워는 연기를 내뿜다 사레가 들렸다.

“괜찮아? 내 생각도 그래. 조금 화가 나.” 나는 손톱 옆 살을 뜯기 시작했다.

앤워가 내 손가락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묘하게 웃었다.

“나였으면 너 같은 여자친구 너무 사귀고 싶었을 텐데.”

“응? 칭찬이야? 고마워, 앤워.”

“칭찬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단단한 눈빛으로 앤워가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앤워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쓰고 있던 스냅백을 뒤로 고쳐 쓰고는 앤워가 나에게 입을 맞췄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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