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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Nov 23. 2023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불현듯 내가 왜 이토록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나에게 쓰고자 하는 욕구는 어디에서부터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어린 시절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방학 숙제로 제출해야 했던 일기를 늘 밀려 쓰긴 했지만 선생님이 써주신 한 두 줄의 말씀이 좋아서 정성스레 일기를 써서 검사를 맡기도 하였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냥 나의 마음을 소소하게 써 내려가는 즐거움이 최초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 글쓰기의 시작은 즐거움이었구나. 이 글을 쓰면서 내 글쓰기의 시작은 즐거움이었구나를 새삼 깨닫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공상하기를 좋아했고 또 공상할 시간이 넘쳐흐르도록 혼자인 시간이 많았다.

터울이 많은 언니와 놀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눈뜨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깨발랄하고 명랑했던 것 같은데 집에서 나를 상대해 줄 만큼의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이 많고 외로운 아이였다. 두 번째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솔직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었다. 나와 잘 지내기 위한 방법,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손 편지 쓰기를 참 좋아했다. 방학이 되면 반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쳤고 가끔 친구들과 일기장을 돌려 쓰기도 했고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때의 글쓰기는 참 따뜻했던 것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때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나누며 친구들과 연대하였다. 세 번째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나눔이었던 것 같다. 나는 친구들과 글로 마음을 나누는 일을 참 좋아했다. 나의 편지를 아직도 기억해 주고 그리워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 시절 우리에게 글쓰기는 출구 없는 감옥에 단비 같은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곤 했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서, 편지를 쓰면서 마음 살피는 일을 하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계속되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질투하기도 하였다. 가끔 아픈 마음을 누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써 내려간 에세이를 읽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몰래 엿보는 것 같은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고 미로 같은 인생의 답을 구해보고도 싶었다. 네 번째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동경과 배움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글은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어둠에서 건져내는 한 소절의 문장을 통해 마음을 많이 게워낼 수 있었다. 단 한 명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누군가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동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참 값진 행위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뜨문뜨문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과 소통하였다.

2,30 대를 거치면서 켜켜이 쌓여 버리지 못하고 쓰다 만 일기장들이 여려 권 먼지에 쌓여있다.

그 먼지 쌓인 나의 속내들을 펼쳐 보면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매번 일 때문에 힘들다. 가족 때문에 힘들다. 관계 때문에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매번 힘들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있는 일기장. 나에게 글쓰기는 모모와 같은 존재였다.


한바탕 울면서 내 이야기를 쓰고 나면 개운해지는 맛이 있었다. 나의 글쓰기는 양방향 소통이 아닌듯한 행위 같았지만 하얀 백지 위에 모든 감정을 쏟아버리면 내 마음의 무게는 조금 덜어지는 기분이 들곤 하였다. 내 감정의 찌꺼기들이 배설되면서 나는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다섯 번째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해방감이다. 난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지만 여러 관계에서 눌리며 억압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남 눈치도 많이 보았고 타인을 실망시켰다 생각이 들면 절망했고 규제와 규약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삶에 늘 답답증을 느꼈지만 그 마음을 해갈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가끔 비가 시원하게 내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혹은 마음의 체증을 글로 풀어야지만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내 인생의 글쓰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글은  뒤죽박죽인 나의 생각과 인생을 차근 차근 정리해주었다. 부끄러운 글이라 하여도 그때의 나의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그때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인 것 처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가지치기를 해 나아가고 있다.


살면서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하나하나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지금 쓰는 글처럼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고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일 또한 감사한 일이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로서의 글쓰기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행위 같다.욕심을 버리고 지금처럼 솔직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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