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6
조리하기 쉬우면서도 그 맛은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들이 있다. 만들기 수월한 만큼 원재료는 대부분 값싸고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것들인데, 너무 간단하지만 이런 음식엔 신기한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만들고 나면 이상하리만큼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히 똑같은 식재료로 최대한 비슷하게 조리를 했어도 혓바닥이 기억하고 있는 그 맛과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다.
내가 소개하려는 음식도 이것과 비슷한데 바로 어릴 적 '엄마가 싸주던 쌈'이다. 집집마다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의 쌈으로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상추요, 또 하나는 마른 김이다.
1. 상추 레시피
상추에 있는 물기를 탁! 탁! 털어낸 뒤 그 위에 하얀 쌀밥을 올린다. 찬밥이거나 뜨거운 밥이거나 상관없지만 내 기억으로는 찬밥이 맛있더랬다. 그 뒤에 쌈장이나 고추장을 올리는데, 이것 또한 본인 자유이지만 어머니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것만 먹어도 굉장히 맛있지만 가족들이 먹다 남은 동 O 참치를 캔에서 꺼내어 한 점 올린다. 그럼 끝.
2. 마른 김 레시피
마른 김을 손에 편 뒤, 상추쌈과 마찬가지로 하얀 쌀밥을 올리는데, 이건 더 간단하다. 이게 끝이다. 이렇게 싸서 간장에 찍으면 끝이다.
이처럼 간단한 레시피지만 절대로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첫 번째 상추 레시피는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손 스냅으로 탁! 탁! 털어지는 상추의 물기가 정확해야 한다. 그 위에 올라갈 밥, 장, 참치의 양은 황금분할의 적정량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양은 누구도 알 수 없는데, 아마 그건 쌈을 싸주는 엄마 본인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며느리도 모른다.
두 번째 마른 김 레시피도 쉬워 보이지만 마른 김의 크기와 쌀밥의 양이 딱 떨어져야 한다. 김이 너무 크면 입안에 서 엉겨 붙어 넘기기가 쉽지 않고, 밥이 너무 많으면 마른 김 특유의 향이 없어진다.
어떤 레시피로든 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진 안성맞춤의 쌈은 내 입으로 곧장 들어오는데, 그 맛을 표현해 보자면 '딱'이다.
딱!
내 입맛에도 딱이고, 내 입 구녕에도 딱이다. 맛 또한 딱이다. 숟가락 하나 들고 어떻게 모든 것을 딱 맞췄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라서 그런가 싶다.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아는 것이다. ‘내가 준 눈과 코 그리고 입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이때쯤이면 이만하겠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쌈은 늘 따뜻했다. 물기 먹은 상추는 차갑고, 마른 김은 더욱 말라 건조할 법도 하지만 둘 다 따뜻했다. 정말 이상하리 만큼 따뜻해서, 그래서 더 맛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에도 이것저것 크게 차려 나오는 식당들의 밥상보단 어릴 적 엄마가 싸주던 작은 쌈 하나에 군침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