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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Sep 04. 2024

골목길 야생화 55 무화과나무 (3)

알면 알수록 어려운 나무


무화과나무(3)

<골목길 야생화> 최초로 3회에 걸쳐 소개하는 무화과나무.
애초부터 야생에서 자라지않는 것을 다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요.


마침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의 신제품 무화과시루로 인해 많은 분들이 무화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아 다루기로 했지요.

꽃이 없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꽃, 무화과의 수분(受粉) 과정에 개입하는 무화과나무말벌과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어요.
무화과 열매는 무화과나무말벌의 무덤이니, 그 잔해가 남아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를 내려놓으시라는 뜻에서 속편을 썼더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설명을 빠뜨려 3회로 미루겠노라고 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야생화에 관심 갖는 분들치고 식물도감이나 사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겁니다.
저 역시나 크로스체크를 위해 대여섯 권, 거기에 해당 기관의 공식 홈페이지나 온라인 도감, 백과사전, 전문가들의 블로그 등 각종 매체를 참고해 각각의 꽃이나 나무를 알아가고 있답니다.

무엇이든 파고들수록 혼란스럽고 어렵지 않나요?
위대한 관찰자 찰스 다윈조차 무화과나무의 수분과정을 알지 못했지만, 정교한 관찰도구와 측정장비로 무장한 현대 과학자들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다윈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대한민국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하 국생정)에는 무화과나무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어려운 용어가 많으므로, 사진이나 세밀화와 대조해 보시거나 패스해도 됩니다.

식물명: 무화과나무
학명: Ficus carica L.
분류군: Moraceae(뽕나무과)
영문: Fig tree
분포 : 아시아 서부에서 지중해에 걸쳐  분포,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식재.  
크기 : 높이 2~4m.  
잎 : 잎은 어긋나기로 넓은 달걀모양이며 길이 10~20cm로서 3~5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둔두이며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고 표면은 거칠며 뒷면에 잔털이 있고 5 맥이 있으며 잎자루는 길이 2~5cm이다. 줄기잎에 상처를 내면 백색 유액이 나온다.


수꽃은 위에, 암꽃은 아래에 있음을 알려주는 그림.


꽃 :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잎겨드랑이에서 주머니 같은 꽃차례가 발달하며 그 속에 많은 작은 꽃들이 들어 있다. 꽃은 5~6월에 피며 암수한그루로 수꽃은 상부에, 암꽃은 하부에 위치하며 화피 열 편이 3개이고 씨방과 암술대는 각 1개이다.
열매 : 은화과(隱花果)로 거꿀달걀 모양이며 길이 5~8cm로서 8~10월에 암자색 또는 황록색으로 익으며 식용한다.  
줄기: 높이 2~4m이고 나무껍질은 회백색에서 점차 회갈색으로 변하며 가지를 많이 친다. 가지는 굵으며 갈색 또는 녹갈색이다.  
수피 : 나무껍질은 회백색에서 점차 회갈색으로 변하며 가지를 많이 친다  
가지 : 가지는 굵으며 갈색 또는 녹갈색이다.
유사종 : 인도고무나무(F. elastica Rox b.), 천선과나무(F.erecta Thunb erg), 모람(F. nipponica F. et S.).
특징 :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27년 경이다. 어린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이상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갖는 의문을 중심으로 말씀드릴게요.
위의 국생정은 '암수한그루로 수꽃은 상부에, 암꽃은 하부에 위치하며~'
무화과나무가 '암수한그루'라고 했어요.

암수한그루란 암꽃과 수꽃이 같은 그루에 있다는 뜻인데요. 소나무나 참나무류가 그렇습니다.
은행나무처럼 암꽃과 수꽃이 다른 그루에 생기는 건 '암수딴그루'라고 해요.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들어 있는 건 양성화(兩性花).
단성화(單性花)는 둘 중 하나만 있는 꽃을 말합니다. 암술만 있거나 수술이 퇴화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건 암꽃, 수술만 있거나 암술이 퇴화된 건 수꽃으로 부르지요.

국생정은 국가 기관이 운영하므로, 이 분야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갖고 있는 나무도감이나 사전 중에는 암수딴그루라고 소개한 게 여럿 있습니다.

무화과가 아무리 꽃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이토록 기본적인 사실에조차 일치하지 않는 건 매우 예외적인데요.

하나의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있다면, 다시 말해 양성화가 피는 나무는 암수한그루로 표기할 필요가 없는데, 국생정이 이렇게 표기한 이유는 무얼까. 또 일부 전문가들은 굳이 암수딴그루로 분류했을까?

이렇게 엇갈리는 설명을 해도 될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무화과나무 원산지인 서아시아의 자생종과 재배종에는 수꽃만 는 수나무와 암꽃만 는 암나무가 따로따로, 즉 암수딴그루가 있고요.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있는 양성화를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대부분 수그루 없이도 단위결실하는 암그루를 재배해요.


무화과나무와 무화과나무말벌의 공생을 설명하는 그림. 같은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있으므로 양성화임을 보여준다. 출처= 위키피디아


같은 무화과나무지만 무화과나무말벌이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4가지 타입이 있는 겁니다.

"무화과는 무화과나무말벌(Fig wasp)의 역할에 따라 나뉩니다.
쉽게 말하면 이 말벌의 유무에 따라 열매 수확은 거의 못하고 말벌의 집 역할을 하는 계통,

이 말벌로 하여금 수정을 받아야만 열매가 열리는 계통,

여름에 열리는 1차 열매(Breba. 하과, 夏果)는 수분 없이 열매를 생산하지만, 가을에 열리는 2차 열매(Fig, 추과, 秋果)는 수분해야 결실하는 계통,

말벌에 의존하지 않고 단위결실 하는 계통으로 많은 차이가 납니다."
- 지우 & 지인 블로그.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한 설명.

"무화과의 타입은 4가지로 나뉜다.
카프리 타입(Capri Type): 수그루로 무화과나무말벌의 번식 수단이 된다.
암그루인 스미르나 타입 무화과의 수정에 필요하다. 생김새는 일반 무화과와 같고 열매도 달리지만 식용 가치가 없다.

스미르나 타입(Smyrna Type) : 무화과나무말벌과 숫무화과인 카프리가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숫무화과와 말벌이 없으면 열매가 자라다가 떨어져 버린다.

산 페드로 타입(San Pedro Type) : 1차 열매인 Breba가 주력인 계통으로, 2차 열매인 Fig도 생산하지만, 카프리와 무화과나무말벌이 필요하다.

커먼 타입(Common Type): 우리가 흔히 아는 무화과이다. 무화과나무말벌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 봄에 전년도 가지에서 열리는 무화과인 브레바(Breba)와 여름에 당해년 가지에서 열리는 무화과인 피그(Fig) 둘 다 생산하거나, Fig만을 생산한다."
- 나무위키  


참 어려운 나무죠?
위의 인용문들을 종합하면, 무화과는 연중 2차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전년도 가지에서 난 열매는 봄부터 이른 여름에 걸쳐 수확하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금년도 가지에서 난 열매를 수확한다는 겁니다.


이토록 다른 생태를 가진 무화과.

맛을 기준으로 하면, 무화과나무말벌이 수분을 하는 타입, 즉 스미르나가 으뜸,  산 페드로가 버금이랍니다.

국내에 있는 커먼타입은 3위가 되겠네요.

수그루인 카프리의 열매는 먹을 수 없으니까요.


무화과는 생과일로 보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말린 상태나 잼을 만들어 요리 등에 쓰이는데요.

해외에서 들여온 마른 무화과는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에 따라 벌레나 곰팡이가 나올 수도 있답니다.


무화과나무가 한반도에 도입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아요.


조선 중종 때 1521~67년간 간행된 <식물본초(食物本草)>에 꽃 없는 과일로 소개되고 있어 이 무렵 처음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1613년에 간행된 허준의 <동의보감>에 '꽃 없이 열매가 열리는데 그 빛이 푸른 자두 같으면서 좀 길쭉하다. 맛이 달아 식욕을 돋우며 설사를 멎게 한다'라고 기록돼 있답니다.


기록상 연암 박지원은 무화과를 처음 본 사람으로 꼽힙니다.

1780년 청나라를 다녀온 그는 <열하일기>에서,

"이상하게 생긴 나무 화분이 있는데, 잎은 동백 모양이고 열매는 탱자와 같다 한다. 열매는 모두 쌍으로 달렸고, 꽃이 피지 않고 열매가 열리므로 이름을 무화과라고 한다."


19세기 후반 김옥균 등이 일본에서 신품종을 들여왔다고도 하는데요.

앞서의 국생정은 1927년경 도입되었다고 밝혀놓았습니다. 

1970년대에 대량 재배가 시작되었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하네요.

무화과나무는 농약을 치면 죽는답니다.

스스로 방어 물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농약이 필요 없대요. 무공해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까닭입니다.


비타민A와 칼슘, 인 같은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고요. 노화나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폴리페놀 성분도 많답니다.
현대의 치료약이 나오기 전에 무화과 열매는 변비에 특효였대요.

줄기를 자르거나 열매를 딸 때 나오는 하얀 유액은 치질이피부에 난 사마귀를 없앨 때 사용했다고 하고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ficin)이 들어 있어 고기류를 먹은 뒤에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고 합니다.

국내 무화과 수확철은 8월~11월입니다.

전남 영암 일대에서 70~80% 생산되고 있어요.


혹시라도 무화과나 무화과시루 케이크를 드실 땐,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의문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무가 바로 무화과나무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무화과나무가 괜히 성경의 첫 장에 나온 건 아니겠지요?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가 곧 무화과일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많다고 하니까요.


2024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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