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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Feb 28. 2023

처음 봤는데 전세에 사느냐고요?

0. 처음부터 선 넘으면 거른다

살면서 만났던 이런저런 인간 군상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재미'로 씁니다.



보자마자 전세에 사는지, 월세에 사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한 명은 남자 직장동료, 두 명은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들이었다. 전세 금액을 대놓고 물어보는 여자동료도 추가한다.


<대화 1>

A. 부모님이랑 같이 사세요?

B. 아니요. 혼자 사는데요.

A. 월세세요? 전세세요?

B. 네?


<대화 2>

A. 선생님~이사하신다면서요! 전세 집 구했어요?

B. 아, 네.

A. (사람들 다 있는데서) 얼만지 물어봐도 돼요?

B. 네?


이런 식인데, 보통 친한 사이여도 그런 것을 묻지 않을 것 같은데 당당하게 물어보는 것이 황당하여 (말발이 꽤 센) 나로서도 3초간 -하게 있었던 것 같다.

출처: 핀터레스트

내 생각에는 몇 살이세요? 이름이 뭐예요? 정도로의 질문으로 들리겠거니 생각하고 속으로는 <얘가 경제적 여유가 어느 정도인지> 재려는 의도로 물어보거나 '과한 관심'인 것 같은데, 그걸 눈치 못 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너무 당당하게 물어보니 오히려 내 착각인가, 내가 예민한가 생각했지만 몇 번 겪다 보니 아, 이런 유형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질문, 특히 경제적인 질문은 친한 사이에서도 조심하는데(아예 안 하거나) 초면에 당당하게 묻는 것은 그런 것이 실례라는 것도 모르고, 그 나이를 먹도록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았단 건데 뭐라고 해야 할지. 무척 유감이다.


전세가격뿐만 아니라 나이 든, 결혼여부든, 가족신상이든, 뭐든, 함부로 묻지 않는 것은 지극한 상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런 간 보기(?)가 인사치레가 된듯하다. 안 묻고 안대답하면 사회성이 없는 느낌이려나. 사회성을 위해서는 사람 사이의 지극한 예의를 무시해도 되나 보다.


출처: 핀터레스트


저런 사람들의 특징이 사람을 좋아하고, 먼저 다가오고, 빨리 친해지려 하고, 술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 많다. 남한테 관심 많고 오지랖 넓고 험담도 많이 하고 크게 죄책감도 의리도 없다. 돌아서면 자기가 한 행동은 까먹는다. 람이 가볍고 심성이 어리다. 쾌활하고 주목받길 원한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확인받고 싶다.


얼핏 보면 친근하고 접근성 좋고 부담 없어 보이지만, 당신이 정보를 발설하는 순간 만인이 알게 되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가 어디 사는지 사람들이 다 알더라.


그래서 이제 처음부터 선 넘으면 '살포시'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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