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혁신적 사고를 막는 행위
'창의성'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 때, 흔하게 언급되는 문장이 있다. 바로 '한국에서 아인슈타인은 태어날 수 없다.'는 문장이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나더라도, 각자의 차이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빛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주 메시지였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맞아, 한국에서는 쉽지 않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혹은 '그러려나,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 그때의 감상과 내 기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상적으로 지지하고 그런 사람들이 더 스스로 창의력을 잘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무심코 바랐던 것 같다.
동시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모토를 지닌 사람으로서 당연하게도 그런 상황을 맞이하면, 좋은 점 위주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은연중에 생각했었다. 그런 나에게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1분짜리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이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산 중학교의 창업, 문제해결을 위한 피치 발표자료였다. 일회용 우산 비닐이 무작위로 버려지는 것, 그리고 젖은 우산을 만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템이었다.
어린아이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하게 된 것은 흡수패드가 부착된 손수건이었다. 해당 제품을 이용해서 손에 물을 묻히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우산을 접을 수 있다며 시연하는 영상이 주였으며, 이를 통해서 일회용 비닐이 이곳저곳 낭비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영상을 보며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긍정보다는 부정이었다.
우리가 비닐을 씌우는 것은 첫 번째로는 물기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로는 그게 현실적으로 비용이 싸서인데 과연 저 제품을 구매할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작아 보이는데 우산 하나의 물기를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한없이 종이에 끄적이다 불현듯 떠올렸다.
아 이게 바로 한국에서 아인슈타인이 태어나지 못하는 이유겠구나
나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은연중에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구나를 제대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고, 중요한 시각이다. 그러나 이렇게만 사고해서는 발전을 일으킬 수 없다. 누군가는 "문제" 그 자체에 주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나 현재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에 포커스를 맞춰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사고하고, 장점보다 단점에 집중하는 행위.
그것이 무심코, 혁신적 사고를 막는 첫 번째 행위가 아닐까.
앞으로는 현실적 사고도 좋지만 어떤 점에 있어서 긍정적인지, 개선할 수 있는 점은 없는지 조금 더 확장되고 다양한 사고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