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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고 싶을까?

by 부제로

어느순간부터인지, 이제는 까마득해서 기억도 나지 않지만. 항상 글을 쓰고 싶었다. 웹소설이든, 문학이든, 소설이든, 에세이이든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상상들을 알려주기 위해서 글을 쓰고 싶었다. 우수갯소리로,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책을 쓰고 싶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책을 쓰고 싶다는 건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것이 몇 차례 반복되었을 때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궁금해졌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을까? 왜 나는 책을 쓰고 싶을까?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그냥 단순히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는 당장 메모장을 켜서 기록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쾅쾅 치면서 지속할 수 있는 걸까?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말 글을 쓰기 위해 도전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생각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머릿속에서는 명필이 촤르르르 쏟아지는데 막상 내가 쓰는 글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어린아이와 같다는 것을. 그러면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왜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글을 잘 쓰지를 못하는 걸까? 재능이 없는걸까? 아니면 내가 그냥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단순히 비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나의 성격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사고흐름이며, 지금까지 성장하게 해준 혹은 지금까지 이렇게 살게 만든 발자국임으로. 그렇다면, 앞선 재능에 대한 의심, 헛된 꿈일 지 모른다는 회의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뭘까? 과연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떨까? 언젠가는 글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왜 글을 쓰고 싶은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까?


끝없이 펼쳐지는 생각에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마냥, 파고 또 파고들어 나만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굳이 노력까지 해야할 일인가 싶었지만, 그냥 궁금했다. 내가 왜 이 어려움에도, 흔히 말하는 당장 돈을 벌어다주는 그런 '가치'있는 행위가 아님에도 하고 싶은 이유를.


처음에는 그냥 쓰고 싶나? 싶었다. 생각이 많으니까, 계속해서 다른 생각들이 연달아서 파바박 떠오르니까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쓰고 싶은 건가?

혹은 잘난체를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이렇게 대단히 많은 무수한 경험들을 했었다고.

고민들을 하는 과정에서 에세이도 읽었다가, 웹소설도 읽었다가, 자기계발서도 읽었다가

다양한 저자들의 글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감수성이 풍부해서일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많이 웃고, 울고, 화가 났다. 때로는 어떻게 이런 예쁜 문장이 있을까 감탄하기도 하고, 나에게 의미있는 문장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문장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뭐가 중요할까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얻었다는게 중요하지라는 생각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그렇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글과 책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그 문장을 썼을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의도치 않은 문장들이 주는 감동들을 내가 이미 만나봤다는 것을.

그리고 나 또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든, 감동을 주든, 심장을 울리든 그런 한 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저 깊은 심연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글을 쓰고 싶을까?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기 때문에.


참 간단한 이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해, 나와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

그냥 휘리릭 넘길 수 있는 질문에도 한 번 더 깊은 대화를 해보는 것.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 지금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시간 같이 느껴지다가도, 이러한 행위들이 사람들이 다 하고 싶으니까, 사람들이 다 그거 좋다고 말하니까와 같이 '남'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만드는 과정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이유를 알았으니, 조금 더 또렷하게 글쓰는 행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글을 쓰고, 연습하고, 조각들을 깎고 쌓아가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의미있게 다가가는 날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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