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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글과 어려울 글의 차이는 뭘까

by 부제로

그냥 우수수수 뇌에서 술술술 뽑아내는 것처럼 쉽게 쓰이지만 잘 써지는 글이 있다. 나름 잘 생각해서 시작을 했지만 한 두줄도 쓰지 못하고 막히는 글이 있다. 둘의 차이는 뭘까? 왜 쉬운 글이 있고, 어려운 글이 있는 걸까? 글 쓰는 시간의 차이? 글 쓰는 목적의 차이? 글 쓰는 환경의 차이?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내가 찾는 답은 어쩌면 단순했고, 어쩌면 심오했다.


쉬운 글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한 글이다. 어떤 식으로 전개를 하면 좋을지 생각했고, 그 안에서 큰 골격이 잡혀있다. 글을 조금 더 멋들어지게 쓰려고, 잘 쓰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욕심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최대한 솔직하게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표현할 수 있도록 집중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지 않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이기에 쓴다.


어려운 글은 비교적 이유가 다양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지 않을 때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조각조각 나있을 때 어렵다. 메시지는 있지만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막막할 때 어렵다. 자꾸만 힘이 들어가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쓸 때 어렵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때 어렵다. 멋지게 쓰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뒤로 가기를 눌렀다가 그렇게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멈춘다. 그러면 이제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뭐라고 글을 쓰지? 이 글을 내가 써도 될까? 그냥 내가 가지고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재단하고 희망을 꺾고, 글을 못 쓰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려운 글을 쉬운 글로 만들 수 있을까?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는, 실패하는 이유를 알면 그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그 수만 가지 이유를 찾으며 괴로웠다. 그러나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글을 조금 더 쉽고 잘 쓸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힘을 빼고, 나에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영겁의 시간과 단계가 있었기에 알에서 새가 태어나듯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완성과 완벽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하나의 완성된,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든지 수정과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마치 누가 지켜보는 것 마냥, 한 번에 완벽해야 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적는다. 노트에 적을 때도 있고,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적을 때도 있고, 브런치 임시저장글로 적을 때도 있다. 마치 농부가 씨를 심는 것처럼 지금 쓸 수 있는 만큼만,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만 딱 적고 끝낸다. 굳이 스트레스받아가며 글을 이어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 글을 본다. 인간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정답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오래간만에 다시 보더라도 대충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메모를 했는지 알 수 있는 글들이 있다. 그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이 들면, 행동으로 옮긴다. 살을 붙이고, 뇌에서 실을 뽑아내듯이 그냥 와다다 적어본다. 의식적으로 흐름을 다시 보려고 하지 않고, 지금 이 줄에 따라 내가 쓰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을 적어본다.


그다음 임시저장을 우선 해본다. 바로 글을 발행하고 내보내기보다는 장을 묵히는 것처럼 그렇게 임시저장이라는 장독대에 글을 묻는다. 시간이 흘러 글을 다시 보았을 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와 글의 흐름을 체크하고 발행해 본다.


그렇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시간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닦아내는 과정과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작정 안된다고 스스로를 괴롭게 할 것이 아니라, 안될 때는 왜 안되는지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어려웠는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포기하기 싫다면,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찾고,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방식이 있는지 가볍게 다시 도전해 본다. 그렇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벌써 책도 내고, 북토크도 하고, 차기작도 준비한다. 그렇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렇게 한다. 조급함이 들 때도 있다. 이 글이 진짜 좋은 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냥 없애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렇게 흔적이 남아 나에게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면 계속해봐야지.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하며 살아야겠지. 그런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보다 보면, 나만의 글의 쪼가 잡히고, 조금은 더 쉽게 내 생각들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수백 번 연습하면 결국 도전에 성공하는 것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 도 닦는 마음으로 계속 키보드를 두들겨본다. 언젠가 글쓰기가 어려운 날보다는 쉬운 날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계속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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