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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May 01. 2023

[책으로 받는 정신과상담] 당신이 옳다_정혜신

이대로 나를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이 꿈틀거린 밤, 잠들지 못하고 있던 나는 인터넷창에 우울증 테스트를 검색했다. 질문에 따라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상태를 체크했고 결과는 예상대로 우울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던 정신과상담을 이제는 가봐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직도 정신의학과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문을 열고 들어가진 못했다. 심리상담소 근처를 서성이기만 할 뿐 들어가지 못했다.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왜 망설이기만 하는 걸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정신과 또는 심리상담소는 최후까지 보류해 둔 마지막 방법이라서 혹시나 내가 그곳의 문을 두드렸는데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제자리라면, 그래서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 없는 절벽 위라면 나는 그때도 나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민간요법을 하듯 마음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영상, 책, 글등 닥치는 대로 보았고 읽었다. 효과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잠깐씩 숨통은 트여주었다. 가끔은 내면이 몹시 건강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을 하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울은 끈질기고 집요한 녀석이다. 잠깐의 틈을 보이면 모래성 허물듯 힘없이 나를 무너뜨렸다.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나는 왜 이런 마음을 품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던 중 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글썽글성 모임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서로에게 여행 보내주게 되었다. 나에게 온 책은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쓴 [당신이 옳다]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한 줄 평을 남긴다면,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고 싶지만 가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적고 싶다. 작가님은 이 책을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적정심리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신이 옳다는 내가 심리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가 왜 자꾸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지, 그럴 때면 마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요즘 마음이 어때?" 타인의 마음을 살피려고 물은 적은 많았지만 나의 마음을 알기 위해 친절하게 물은 적은 적었다. 나보다 타인에게 시선이 머물렀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묻지 않아도 나의 마음정도는 알고 있다고 무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 내 마음 역시 자세하게 묻지 않으면 감정의 큰 틀은 느끼겠지만 세세하게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 


어떠한 감정이 들든 내 마음은 늘 옳다. 우선적으로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이해해 주면 이어지던 우울, 분노, 어두운 감정들은 오래 따라오지 않는다. 


마음속에 작은 우산이 하나 생겼다. 비가 오면 당당히 우산을 펼치리라. 옷깃정도는 젖을 수 있어도 나를 집어삼킬 만큼 젖게 두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우산을 늘 마음속에 가지고 다니면 비를 안 오게 할 순 없어도 갑자기 소나기가 오든 일기예보를 통해 비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든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우울한 사람을 떠올리면 무표정한 얼굴에 혼자 있는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의외로 우울은 겉으로 티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겉으로는 씩씩하고 밝지만 속은 뻥 뚫려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심하게 보아야 한다. 나도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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