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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Jun 23. 2023

종로 골목에 이런 곳도 있다니

서울 종로구 관수동 삼해집

종로구 관수동 삼해집 고기보쌈

종로 3가에는 보쌈집이 늘어서 있는 보쌈골목이 있다. 명칭은 종로 3가 보쌈골목이다. 수표로에 있는데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즐비한 곳이다.


종로3가역 근처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보쌈골목이 있다고 하면 신기해한다. 숨어 있어도 너무 숨어있다. 이곳에 보쌈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려져 있다.


15번 출구를 나와 동남약국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쌈집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전주집부터 장군굴보쌈, 오복보쌈으로 이어지는 이 보쌈골목의 가운데엔 삼해집이 있다.


삼해집은 종로 3가 보쌈골목 중 최고로 꼽힌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웨이팅을 할 때도 있다. 다만 내부에 공간이 넓어서 웬만하면 웨이팅을 하지 않는다.


보쌈골목 바깥에는 돼지고기 냄새가 가득 난다. 골목이 너무 좁아서 두 사람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인데, 비집고 들어가면 삼해집 앞에 남자 사장님이 늘 서 있다.


반갑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티가 나는 가게 내부가 나온다. 바닥은 벗겨져 있고, 주방은 좁다. 테이블도 언뜻 보면 청결하지 못하다.


입구를 지나면 양 옆으로 좌식 테이블이 있었는데, 왼쪽에 서빙이 쉬운 좌식 테이블은 남았고 오른쪽에 서빙이 어려운 좌식 테이블은 최근 일반 테이블로 바뀌었다.


길게 늘어선 복도를 따라가는 길에 테이블들이 쭉 있고, 안쪽엔 방이 두 개가 있다. 큰 방인데, 단체로 모임 하기엔 딱 좋은 곳이다. 자주 들르다 보니 집 같기도 하다. 예전에 마당이 있고, 안방과 작은 방이 있던 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 같이 느껴진다.


자리에 앉으면 다양한 메뉴가 있는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을지로와 마포 쪽에 맛있는 보쌈집들이 보쌈을 주로 취급하는 것과 달리 삼해집은 족발과 닭도리탕, 감자탕 등 다양한 메뉴를 판다.


아마도 오랜 기간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술안주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사장님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여러 메뉴가 있는 집치곤 보쌈이 특출 나긴 쉽지 않지만, 이곳은 다르다. 보쌈이 특출 나다.


반찬은 간단하다. 콩나물과 고추, 양파가 나온다. 예전에는 꼬막을 1~2개 정도 서비스로 줬었는데, 요즘엔 안 주는 것 같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감자탕이다.


식사 감자탕 말고 서비스 감자탕이 있는데, 감자뼈를 사람당 한 덩이 정도 먹을 수 있게 서비스로 준다. 그 국물이 튀다 보니 테이블이 다소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이라이트인 이유는 감자탕이 무한리필이기 때문이다.


굴보쌈을 먹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곤 한다. 하지만 고기보쌈도 메뉴에 있다. 부위가 삼겹살인데도 가격이 싼 편이다. 수입산, 그중에서도 독일산 고기를 쓰는 거로 기억한다. 고기만 온전히 즐기기 위해 고기보쌈을 시킨다.


이제부턴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종로구 관수동 삼해집 고기보쌈

여태 소개한 집과 이 집의 가장 큰 차이는 앞서 언급했듯 부위다. 부위가 삼겹살이다.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삼겹살로 보쌈을 만들면 실패하기 어렵다.


수육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삼겹살은 좋은 부위다. 덕분에 이 집의 고기는 웬만해선 부드럽다.


아쉬운 점은 고기의 상태가 때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장사가 잘 안 되던 코로나19 시기에 이 집의 고기는 다소 퍽퍽해졌다.


선홍빛을 띨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면 고기는 비계보다 살코기 식감이 더 강해서 퍽퍽함이 느껴졌다. 일부러 부드럽게 만들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고기가 오래 머무르다 보니 퍽퍽해진 것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 집의 고기는 보통은 부드럽다. 그리고 고기가 달다. 달다는 표현이 가장 그럴싸하다. 설탕의 단맛처럼 찐한 단맛은 아니지만, 달달함이 느껴진다. 나쁘지 않다.


전지로 만든 보쌈집들과 완전히 다른 종류다. 집에서 김장철에 해 먹는 수육과도 다르다. 그 달달함이 입에 들어와 부드럽게 녹아내리면 행복이 절로 느껴진다. 아, 내가 보쌈을 먹고 있구나.


김치는 10년 전만 해도 완벽에 가까웠다. 매운맛이 있었고 양념이 잘 버무려져 있어서 달달한 고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 그래서 김치와 고기의 조합이 최고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양념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김치가 좀 싱거워졌다.


삼해집의 김치는 한국 전통요리인 '보쌈'의 모양으로 나온다. 물론 하얀색은 아니고, 동그랗게 만 배추김치 안에 무말랭이 속을 넣어서 귀여운 모양으로 나온다.


배추김치는 너무 길어서 잘라먹어야 한다. 가위를 부탁해서 받은 후 잘라서 배추, 무말랭이, 고기를 올려 먹으면 조화롭다. 최근 몇 년 간 김치의 배추에서 짠맛이 진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아쉬움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도 맛이 없진 않다. 훨씬 맛있었을 때가 있었던 것뿐.


어쨌든 고기와 김치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먹다 보면 배부름이 찾아온다. 그때 팔팔 끓은 서비스 감자탕을 먹으면 순서는 완벽하다.


배부름이 느껴질 때쯤 국물로 속을 달궈놓고, 뼈에 붙은 고기를 떼어내며 수다를 떨면 배부름이 잦아든다. 그때 다시 뼈에 붙었다 뗀 고기를 먹으면, 감탄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곳에 처음 누군가를 데려갔을 땐 실패한 적이 없다.


종로구 관수동 삼해집 감자탕

배부르게 먹고 수다를 떨다 보면 아쉬움이 찾아온다. 그때 감자탕을 한 번 더 달라해도 좋고, 주변에 맛집을 검색해서 나가도 좋다.


까운 곳에 종로 포장마차가 있고, 종각역도 있다. 괜찮은 횟집도 주변에 있고, 여차하면 익선동이나 순라길로 천천히 걸어가도 좋다.


삼해집의 매력은 푸근함이다. 종로 골목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이 이 안에 담겨있다. 노포만의 냄새와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로 물들인 후 거리로 나서면 여운이 몰려온다.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여운이 없으면 돌아보지도 않을 텐데, 골목으로 나서는 순간 삼해집을 돌아볼 수밖에 없다. 올 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다른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다.


부드러운 고기와 정통파 김치의 성숙한 조화, 삼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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