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소금에 찍어서 입으로 들어온 돼지고기는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미소지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그 사람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어때요. 여기 고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냥 부드러워요. 맛있어요. 이런 표현은 진부하지 않을까. 곱씹고 곱씹던 중에 그 사람이 먼저 맛을 표현했다.
"고기가 신기해요."
고기가 신기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신기하다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렸다. 먹어본 적이 없던 맛이다. 경험하지 못한 맛이다. 그래서 신기하다는 말이 너무 적합했다.
몇 점 고기를 베어 물었을 때쯤 식당 이모가 고기를 두 점 정도 들고 다가왔다. 옆 테이블에서 가져온 고기라고 했다. 우리가 시킨 부드러운 부위와 달리 옆 테이블은 쫀득한 부위를 시켰다고 한다. 쫀득한 부위를 두 점 먹을 기회를 주는 대신 옆 테이블에게 우리의 부드러운 부위를 넘겨주는, 일종의 거래가 이뤄졌다.
소금에만 고기를 찍어먹으면 자칫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젓갈과 무친 양파, 김치가 있다. 김치는 보쌈김치는 아니다. 굳이 따지면 묵은지 느낌. 마늘과 양념을 함께 먹어도 되고, 양파랑만 먹어도 되고, 김치랑 먹어도 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이 집의 장점이었다.
고기를 신기하다고 표현하는 이 사람은 어쩌다가 이 집을 찾아오게 됐을까. 어색함도 조금 날아갔고, 이쯤되면 물어봤을 때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 사람의 대답이 제법 흥미로웠다.
제주도 서귀동 천짓골식당의 옛모습
"전에 만나던 애인이 알려줬어요."
전에 만나던 애인이 알려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다니. 고기를 신기하다고 말하는 신기한 표현 만큼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전 애인이 궁금했지만, 물어보는 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참고 있던 찰나.
"그 사람은 죽었어요."
죽었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왜 전 애인이 죽었다는 말을 내게 할까. 약간은 벙찐 표정으로 그 사람을 보자 피식 웃음을 보였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려고요."
'차라리 죽었다고 생각해볼게'라는 노랫말처럼 그냥 없는 셈 친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이 사람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기만 씹고 있었는데, 이모가 다시 등장했다.
반을 썰어놓고 고기의 육즙이 날아가지 않도록 물에 담가놓은 나머지 고기를 이모가 썰어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먹었던 고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제2막이 시작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