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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Jun 27. 2024

우리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서울 성수동 훼미리손칼국수보쌈, 두 번째 이야기

성수동 훼미리손칼국수보쌈.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최근 사진입니다.

꽤 이른 시간이었던 탓인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빈자리가 많았다. 아직은 더운 날씨라 에어컨이 잘 오는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메뉴는 심플했다. 보쌈, 감자전 등. 우리는 보쌈 정식을 시키기로 했다. 

  

가격은 1만2000원. 엄청 싸지도,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았다. 2인분을 주문하고 우리는 조용한 침묵의 시간에 돌입했다.


문득 그 사람의 눈이 궁금해서 쳐다보자 그 사람이 웃으며 물었다. “뭘 봐요?” 당황한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냥요”라고 대답했다. 할 얘기를 머릿속에서 쥐어 짜내고 짜내봐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어색함을 어찌하면 좋을까 싶을 때 다시 그 사람이 말을 꺼냈다. 


“제주에서 봤을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른 것 같아요. 뭔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에요.”


나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그 사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 무슨 의미일까. 내가 달라졌다는 건지 아니면 분위기가 다르다는 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곱씹은 후 무슨 말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제주에서 봤을 때는 어색했는데요. 지금은 그래도 뭔가 편안해요.”


마음에 안도가 생겼다. 편안하다는 건 그래도 좋은 신호 아닐까 싶었다. 근데 왜 내가 이 사람한테 좋은 신호를 받는 걸 좋아하고 있지?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존재만으로 내 속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놨다.

성수동 훼미리손칼국수보쌈 3인분.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최근 사진입니다.

그 사람은 어릴 때부터 용인에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을 자주 오곤 했는데 일자리도 용인에서 구하다 보니 용인이 마음은 더 편하다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 게 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금방이라며 웃었다.

     

“다음에는 용인 쪽에서 봐요.”


나는 자연스럽게 용인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고 '에버랜드'를 언급하자 그 사람은 "용인 산다고 하면 다 그 말부터 한다"며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주절주절 용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은근히 살기 좋다고, 나중에 시간 나면 꼭 놀러 오라고. 자기가 용인시 홍보대사라며 맛집을 꼭 데려가주겠다고 얘기했다.

 

또 하나의 좋은 시그널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웃음이 번졌다. 애써 태연한 척 "용인으로 꼭 오라"는 말에 알겠다고 묵묵히 답했다. 그쪽에도 보쌈집이 있으려나 머리를 굴릴 때쯤 시켰던 보쌈이 나왔다.

     

우리는 보쌈에 시선을 한 번 준 후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이미 한차례 보쌈으로 함께했던 사이였기 때문일까. 마치 얼른 먹어보고 다시 눈을 마주치자는 듯 젓가락을 들고 보쌈을 향해 달렸다.

     

고기를 입에 넣은 순간 우리는 또다시 눈을 마주쳤고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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