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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Jul 04. 2024

그때 우리는 성수동 보쌈집에 있었다

서울 성수동 훼미리손칼국수보쌈, 세 번째 이야기

제주도 천짓골에서 만났던 우리는 어느덧 성수동 한복판에서 다시 보쌈을 먹으며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났고 우연을 이어서 인연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몸부림은 그 순간 지속되고 있었다. 

   

훼미리손칼국수보쌈의 고기는 천짓골의 그것과는 무척 달랐다. 이 집의 고기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흔적이 느껴졌다. 상당히 부드러웠다. 부드러운데도 식감이 살아있었다.  


“고기가 부드럽네요. 저번에 그 집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환하게 웃으며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김치를 먹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고기 옆에 있는데 고기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김치는 조금 아쉬운데요? 뭔가 따로 노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우리의 입맛은 비슷했다. 나 역시 김치와 고기가 따로 노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실패한 건가. 보쌈이 계속 맛있어야 다음에 또 다른 보쌈맛집을 가자고 말을 걸기 좋을 텐데. 이렇게 벌써 위기가 찾아오나 싶었을 때 내 눈에는 보쌈정식에 포함된 칼국수와 함께 먹으라고 나왔던 겉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김치를 담글 때면 꼭 수육이 저녁 반찬으로 올라왔다. 갓 담근 김치 겉절이와 수육을 함께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 느껴졌다. 야들야들한 돼지고기와 간이 강하게 느껴지는 겉절이. 둘이 입에서 뭉쳐지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성수동 훼미리손칼국수보쌈 칼국수

내 뇌를 번뜩이는 생각으로 겉절이와 고기를 함께 시도해 봤다. 그렇지. 이 맛이었다. 겉절이의 양념이 야들야들한 이 고기의 짝꿍이었다.


겉절이에 고기를 먹는 내 모습을 본 그 사람도 ‘이거다’하는 표정으로 나를 따라 했다. 그리고 한 입을 넣더니 내 쪽을 쳐다봤다.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환한 미소로.


내 마음에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이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랐고 우리가 공유한 음식이 맛있길 바랐다. 약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보쌈김치도 괜찮은데 겉절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이거 진짜 맛있다.”     


이후로 우리의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고기는 맛있었고 김치는 조화로웠고 칼국수는 식어가는 고기를 다시 덥혀줬다.     


대화도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했고 지금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대화는 막힘없이 이어졌다. 서로의 좋아함을 공유했고 서로의 세상을 조금씩 이어갔다.     


그 공간은 그렇게 우리를 위해 있는 듯 존재했다. 우리는 그 공간에서 그렇게 수없이 우리의 대화를 적어내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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