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01. (윤서의 방 / 늦은 밤)
책상 위에 펼쳐진 교안, 참고서적, 노트북 화면엔 '중학교 자유학년제 독서수업 안'이라는 제목이 떠 있다.
윤서(혼잣말) 내일은 애들이랑 '난쏘공'이라… (한숨) 중2면 한창 까칠할 나이인데…
조용한 방 안, 아들 준이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다. 윤서는 조용히 일어나 문틈 사이로 아이를 바라본다.
준이의 얼굴은 평온하지만, 이마에는 자잘한 아토피 자국이 보인다.
윤서(속으로) 준이도 요즘 잠을 설쳐. 내 탓인 거 같아…
윤서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교안을 다듬는다. 집중하려 애쓰지만 피곤이 몰려온다.
윤서(혼잣말) 그래도… 엄마가 뭔가 하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넌 이해할까?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화면 천천히 어두워지며 전환된다
---
CUT 02. (중학교 교실 / 오전)
윤서가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교실로 들어온다.
학생 1(작게) 오늘 뭐야? 대체 무슨 수업인데?
학생 2(장난스럽게) 작가가 온대! 진짜임?
윤서(미소 지으며)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여러분과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작가 이윤서입니다.
학생들 웅성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윤서 혹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읽어본 사람?
(몇 명 손을 든다)
윤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질문이 들었어요. “가난이 문제였을까?” (잠시 멈췄다가) 아니요,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안타까운 건… 무관심 아니었을까?”
아이들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수업이 차분하게 흘러간다.
---
CUT 03. (같은 교실 / 뒷자리)
윤서가 수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 학생의 표정이 비춰진다. 준이다.
친구 1(귓속말) 야, 네 엄마 멋있다.
준이(작게) 됐거든.
하지만 그의 눈엔 묘한 감정이 비친다. 뭔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
윤서(강의 중) 그 ‘무관심’은 가족 안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생겨요. 관심은 그냥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도 있죠.
준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엄마를 바라본다.
---
CUT 04. (복도 / 수업 후)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 밖으로 나가고, 윤서는 교탁 정리 중이다.
준이(다가오며) … 오늘 수업… 괜찮았어.
윤서(놀라며) 그래? 고마워…
준이는 곧바로 계단 쪽으로 내려가버린다.
윤서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미소 짓는다.
---
CUT 05. (윤서의 집 / 저녁)
윤서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독서모임 단톡방.
[사진] 오늘 수업 사진: 윤서가 교단에 선 모습.
회원 1과 멋있어요 윤서 님!!
회원 2 아이들 앞에서 강의하는 거, 쉽지 않죠… 존경!
윤서(혼잣말) 쑥스럽긴 하네…
그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윤서는 잠시 웃는다.
---
CUT 06. (카페 / 독서모임 후)
주원이 노트북을 열어 뭔가 메모 중이다. 윤서가 자리에 앉는다.
주원 오늘… 학교 다녀오셨죠?
윤서(놀라며 웃음) 어떻게 아셨어요?
주원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요. 진지하게 아이들 바라보시던 표정, 인상 깊었어요.
윤서(민망하게) 처음이라 많이 떨렸어요. 아이들 반응도 궁금했고요.
주원 아이들이 좋아했을 거예요. 저는 그 말이 좋았어요. “안타까운 건 무관심 아닐까.”
---
CUT 07. (카페 / 이어지는 대화)
윤서 그 순간, 애들이 조용히 저를 바라보는데… 마음이 먹먹했어요.
주원 그 말, 강연에서도 써도 될까요? 출처는 꼭 윤서 작가님으로.
윤서(웃으며) 글쎄요, 그냥 아들 때문에 용기 낸 거예요.
주원 그런 용기가 가장 강한 메시지죠.
윤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커피잔에 시선이 잠시 멈췄다가, 준이의 수업 시간 눈빛이 문득 떠오른다.
윤서(속으로) 나, 괜찮은 엄마였을까?
조용히 음악이 흐르고 화면은 느릿하게 어두워진다.
---
CUT 08. 학교에서의 준이, 그리고 퇴근길의 엄마와 아들
학교 복도. 2교시가 끝나고 종이 울린다.
준이가 친구들과 함께 급식실로 걸어간다.
예전의 조심스럽고 움츠렸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진다.
친구들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다.
그날 저녁.
윤서는 학원을 마친 준이를 데리러 간다.
차에 타자마자 준이가 먼저 입을 연다.
준이 (웃으며)
"엄마, 나 오늘 급식에 김치찜 나왔는데 진짜 대박이었어.
이서준이 김치에 밥 세 번 비볐대. 거의 김치계의 좀비였어."
윤서 (웃으며 운전하며)
"좀비? 김치계의? 야, 너 이제 말발이 엄청 늘었네?"
준이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내 개그 좀 받아줘야 해. 우리 반에서 요즘 아재개그 유행이거든."
윤서
"아재개그? 너 혹시 나 따라 하는 거 아니야?"
준이
"엄마는... 음... 고대개그지. 아재도 아주머니도 아닌."
둘은 함께 웃는다.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차 안은 편안한 분위기.
준이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말한다.
준이
"요즘은 학교가 재미있어졌어. 친구들도 많고.
무슨 말해도 다 웃어주고... 그게 좋더라."
윤서 (살짝 눈시울 붉히며)
"그래, 너무 고맙다. 준이 웃는 얼굴 보니까 엄마도 진짜 행복하다."
차는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춘다.
빨간불 사이로 저 멀리 노을이 퍼지고 있다.
윤서는 창밖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마치,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처럼.
---
CUT 09. 독서모임에서의 만남, 기류가 흐르다
장소: 동네 작은 서점의 독서모임 공간. 밤 8시, 따뜻한 조명 아래 각자 읽고 온 책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는 중.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편안한 분위기로 앉아 있다.
---
CUT 10. 마음의 호흡, 말의 온도
장소: 여전히 독서모임 공간. 사람들이 돌아가며 각자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대화의 중심은 윤서와 주원의 교감으로 옮겨지고 있다. 모두가 그 분위기를 은근히 즐기고 있다.
모임 리더, 소영
(손을 모으며)
“이번 주 주제는 ‘관계에서의 거리’였죠. 각자 요즘 느끼는 거리감에 대해 나눠볼까요? 감정적 거리든, 물리적 거리든.”
---
CUT 11.
장소: 독서모임이 마무리되는 어느 오후, 카페 안. 따뜻한 빛이 창으로 스며들고, 참석자들은 마무리 인사를 나누며 삼삼오오 흩어지는 분위기.
분위기: 말랑한 피곤함과 좋은 책을 함께 읽었다는 충만함이 동시에 흐른다. 윤서는 아직 자리에 앉아 마지막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주원은 천천히 다가온다.
주원
(잔잔하게 웃으며)
"윤서 님, 오늘 강독 때 하신 말씀… 되게 울림 있었어요. 특히, 그 '결핍을 이해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요."
윤서
(머쓱한 듯 웃으며)
"감사해요. 그냥… 아이 키우면서 제가 제일 많이 배운 거거든요. 아이가 아니라 결국 저 자신을요."
주원
(윤서의 노트를 슬쩍 보며)
"혹시, 아까 언급하신 책이 '나를 나로 살게 하는 힘' 맞죠?"
윤서
(고개를 번쩍 들며 놀란 표정)
"네? 어떻게 아셨어요?"
주원
(가볍게 웃으며)
"그 책에 밑줄 친 구절이 있었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를 안고도 웃을 수 있는 연습을 한다는 것.'
저, 그 문장… 고등학교 때부터 다이어리에 붙이고 다녔거든요."
윤서
(깊은 감동에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도요. 책장을 넘기다 그 구절에서 손이 멈췄어요. 그 뒤로는 항상 마음 안쪽에 있었죠."
주원
(조심스레 눈빛을 맞추며)
"우연이겠지만, 이런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윤서
(눈이 살짝 젖으며 웃음 지음)
"그러네요. 생각이 닮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안심이 돼요.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고."
주원
(미소 지으며, 눈빛은 따뜻하고 깊어진다. 윤서를 바라보는 눈에는 인연의 실마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설렘이 스친다)
"책 덕분이네요. 아니, 덕분에 제가 오늘 한 가지 더 확신하게 됐어요."
윤서
"뭔데요?"
주원
"사실… 저희 출판사에서 지역 소규모 학교에 책을 기증하고, 가끔은 작가나 강연자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해요. 이번에 어느 시골 학교에서 책을 받고 너무 감동했다면서… 거기 일일교사로 다녀오신 분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윤서
(살짝 놀라며)
"혹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한테 '책과 나' 주제로 이야기했던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주원
"맞아요. 그 영상이 우연히 독서모임 단톡방에 올라왔더라고요. 이름은 안 적혀 있었는데, 오늘 윤서 님 강독을 들으면서… 바로 알겠더라고요."
윤서
(당황하면서도 웃음기 도는 얼굴로)
"세상에, 그렇게 연결되다니. 세상 좁네요."
주원
"그 학교에서 한 번 더 와달라고 연락 왔어요. 근데 이번엔 강연보다도, 윤서 님이 나눠주신 그 경험들…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서
(살짝 눈을 피하다가 다시 마주 보며)
"저… 그거, 해보고 싶어요.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거는 일이라면."
분위기 전환:
주변이 조용해지고, 두 사람만의 대화가 카페 안 작은 세계를 만든다. 서로를 처음 알게 된 시간이지만, 오래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 편하고, 시선이 머문다. 두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있다.
ㅡㅡㅡ
CUT 12.
장소: 한적한 북카페. 윤서와 주원이 작은 창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 서로 메모가 가득한 노트, 펜 몇 자루와 책 여러 권이 펼쳐져 있다.
분위기: 창 밖엔 초여름 햇살이 나무 그림자를 드리운다. 윤서는 수줍은 듯 그러나 설렘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노트를 들여다본다. 주원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책을 슬며시 한 권 펼친다.
주원 (책 한 구절을 가리키며) "이 문장 기억나요? 예전에 제가 말했던 그 문장이 있는 책이에요. 지금도 보면 뭔가 울컥하죠."
윤서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누군가 나를 지켜보다가 써준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건드리는지…"
주원 "그래서 말인데, 우리 같이 한 권 만들면 어때요? 엄마이자, 여자이자, 일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무게들, 회복들. 윤서 님의 언어로 풀어낸다면 분명 누군가에겐 등불이 될 거예요."
윤서 (조금 당황한 듯 웃으며) "제가요? 글은 그냥 일기처럼 쓰던 건데…"
주원 (단호하면서도 다정한 눈빛) "그게 더 좋아요. 너무 다듬어진 말보다, 살아 있는 문장이 필요해요."
ㅡㅡㅡ
CUT 13.
장소: 윤서의 집. 밤. 아이는 잠든 후 조용한 거실. 윤서는 노트북 앞에 앉아 고심하며 문장을 쓴다.
분위기: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 뒤편엔 아들의 자는 숨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윤서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가, 작은 미소를 짓는다.
윤서(내레이션)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였다."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자판을 두드리며)
윤서(내레이션) "그리고 이제는,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ㅡㅡㅡ
CUT 14.
장소: 다시 북카페. 프로젝트 첫 회의. 포스트잇으로 가득 찬 벽, 자유로운 분위기 속 브레인스토밍.
주원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며) "챕터 제목은 감정의 계절로 묶어보면 어때요? 봄엔 두려움, 여름엔 분투, 가을엔 받아들임, 겨울엔 회복."
윤서 (웃으며) "그럼 봄엔 제 얘기부터 풀면 되겠네요. 울던 아이를 안고 처음 나왔던 날 이야기부터."
주원 (미소 지으며 윤서를 바라본다) "그때의 마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쓴 글은 다르죠. 독자들이 다 느낄 거예요."
ㅡㅡㅡ
CUT 15.
장소: 도서 제목과 디자인 시안 작업. 주원의 편집 디자이너 친구가 합류하여 셋이 회의를 진행 중.
디자이너 친구 "두 분 케미가 진짜 좋아요. 이대로 유튜브도 하실 수 있을 듯?"
윤서 (웃으며)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신기하긴 해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 인달까."
주원 (웃으며 눈을 마주친다) "글쎄요, 저는 윤서 님이 떡을 진짜 잘 만드셔서 그런 걸지도. 문장도 말도."
윤서 (볼을 붉히며) "그런 말 너무 자연스럽게 하시네요. 반칙이에요."
ㅡㅡㅡ
CUT 16.
장소: 첫 원고 파일을 주원이 인쇄해서 윤서에게 전해주는 날. 평범한 카페 테이블 위에 출력된 원고가 가지런히 놓인다.
주원 (진지하게) "이건 단지 한 권의 책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한 페이지가 될 거예요. 윤서 님 덕분에."
윤서 (감동 어린 눈빛으로)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진짜."
주원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이 프로젝트, 잘해봐요. 일도, 우리도."
엔딩 내레이션 (윤서의 목소리) "같은 문장을 사랑하던 두 사람, 서로 몰랐던 시절에도 닮아있었던 마음, 이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 걸음을 내딛는다."
(장면 전환: 노을빛이 깔린 하늘 아래, 윤서와 주원이 나란히 걷는다.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나란히 드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