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2막 07화

07화 - 어려움 속 성장

by 이제이

CUT 1. [밤의 균열, 내 안의 진짜 감정이 들썩이다]

장면:
깊은 밤. 윤서의 집.
가로등 불빛이 거실 창가로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다.
윤서는 혼자 소파에 앉아 있다. 머리는 젖은 채로 수건으로 대충 말렸고, 손에는 책 한 권이 덜 펼쳐진 채 놓여 있다. TV는 꺼져 있고, 아들의 방에서는 낮게 숨 고르는 잠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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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모두 잠든 시간.
하루의 무게가 내려앉는 이 고요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어딘가, 제대로 웃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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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무심히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긴다.
페이지 끝에 적힌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상처는 지나간 시간이 아닌, 멈춰 선 감정에서 온다.’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되새기다가 윤서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에 정우와 함께 살던 작은 아파트 거실이 떠오른다.

정우는 항상 조용했고, 윤서는 그 조용함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시간이 갈수록 벽이 되었고,
말 없는 배려는 무관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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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그땐 몰랐다.
누군가와 살아간다는 건,
그의 침묵까지 내 책임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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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눈을 뜬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딸도 아니다.
오직 **‘윤서’**라는 이름으로, 엄마로, 여성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인 나’를 마주하고 있는 중이다.

부엌으로 걸어가 물을 한 잔 따른다.
찬물이 입 안에 스며드는 감각은 어쩐지 낯설다.
이런 밤이면 예전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울기도 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조용히, 울지 않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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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 속내:]
"혼자 있는 게 무섭지 않다.
누군가 옆에 있는데도 외롭던 그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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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거실 창문을 조금 연다.
초여름 밤바람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스친다.
밤공기가 이렇게 맑고 시원했던가.
잠시 동안, 그녀는 그 바람과 함께 생각을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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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플래시백 – 짧은 인서트 형식]

정우와 함께 있던 장면

식탁에서 말없이 식사하던 저녁

아이 울음소리에 서로 시선도 안 마주치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순간

그 무거운 정적 속의 윤서의 표정


[현재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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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고개를 젓는다.
그 기억이 지금의 자신을 판단하게 두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사진도 지우고, 물건도 정리했다.
하지만 감정은 여전히 밤이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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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추억은 버릴 수 없다.
다만, 그 추억에 끌려가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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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스탠드를 켜고 다시 책을 펼친다.
이제 책 속 문장이 조금 다르게 읽히는 느낌이다.
윤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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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 대사:]
“이제는 누구에게도 감정을 외주 주지 말자.
내 마음만큼은 내가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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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마무리:
윤서가 다시 눈을 감는다.
이제는 울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 밤을 온전히 자신으로 견디고 있다.
그 얼굴에 아주 미세한 평온이 스쳐간다.



CUT 2. [균열 앞에서 중심을 잡다]

내레이션
사람은 기억을 조각처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도, 흩어지기도 하면서 ‘나’를 만든다.
오늘 아침, 윤서의 마음에도 작은 조각 하나가 유난히 무겁게 얹혔다.

INT. 윤서의 집 – 아침 거실 (07:30)

햇살이 은은하게 커튼 사이로 스며든다.
식탁 위에는 반쯤 마신 커피잔과 구겨진 일간지가 놓여 있다.
윤서는 다림질한 셔츠를 입고, 화장을 하다 말고 거울 앞에 멈춰 선다.
립스틱을 든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한다.

내레이션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때때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일과 같다.

거울 속 윤서 클로즈업.
입가에 미소가 걸린 듯하지만, 눈동자는 흔들린다.
그녀의 뇌리에는 아까 들은 준이의 말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랑 살면 좋을 것 같아?"

잠깐의 침묵 후, 그녀는 립스틱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내면 독백 (VO)
‘그 아이는 아마도...
행복했던 장면들만 기억하겠지.
우리 셋이 함께 웃던 저녁 식탁,
아빠 무릎에 누워 잠들던 그 밤…
그 기억만 남아 있는 것도
어쩌면 다행인 걸까.’

플래시백 – 윤서의 기억
전남편의 손등 위로 커피가 쏟아지고, 화들짝 놀란 윤서의 눈빛.
다투고 나간 남편이 한참 후 돌아와, 아이 손을 잡고 서 있던 그날.
“우리 그냥… 조용히 살자. 아이 앞에서는.”
그가 말하던 날.
서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던 나날들이 무겁게 스쳐간다.

현재로 전환.
윤서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 다시 립스틱을 든다.
조금 더 선명한 색을 입힌 입술은 마치, 결심의 표식처럼 단단하다.

윤서 (작게 혼잣말)
“괜찮아. 이건 그냥 흔들림일 뿐이야.”

그 순간, 휴대폰 진동.
화면에는 ‘인사팀장 김선영’의 메시지.

> “윤서 씨, 오늘 워크숍 발표는 3시부터예요. 자료 확인 부탁드려요~!”



윤서는 바로 식탁 위 노트북을 연다.
아들 등교시키고 돌아온 지 20분 만의 시간.
한 손으로는 커피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인다.

내레이션
현실은 감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시간,
그것이 어른의 아침이다.

윤서 표정 변화.
처음보다 차분해졌다.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파워포인트.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느새 다시 업무 모드로 전환된다.

윤서 (속으로)
‘준이가 말한 아빠,
그 기억이 나쁜 건 아니야.
그 아이가 버틸 수 있는 기억이라면
내가 깎여도 괜찮아…
나는, 이 아이를 지키는 사람인 걸.’


CUT 3. [도망치듯 바쁜 하루 속, 잠시 멈춘 틈]

내레이션
인생이란 게 참 이상하다. 한때는 같이 살던 사람의 숨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잠을 설치던 내가, 지금은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집에서 오히려 불안하다. 고요함은 내 안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고요함이야말로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나'의 목소리를 자꾸 불러낸다.

장면
카메라는 윤서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따라간다. 부엌에서 토스트를 굽고,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들 준이의 책가방을 챙긴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표정은 멍하다. 마치 익숙한 동작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처럼.

준이가 등교하고 나면, 집안은 다시 정적에 잠긴다. 윤서는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 책상에 앉는다. 커피잔이 손에 닿자 그제야 숨을 쉰다. 하지만 그 짧은 숨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거실 구석에 널브러진 신문지를 정리하려다, 그 아래 깔린 작은 메모지를 발견한다.

윤서 대사
(혼잣말)
"이건 뭐지…?"

장면 설명
메모지엔 아이의 서툰 글씨로 적힌 '엄마 힘내세요.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요'라는 문장이 있다. 순간 윤서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메모지 한편에 적힌 날짜는 몇 달 전, 준이가 전학 오기 전이다. 어느 날 몰래 가방에 넣어둔 쪽지였던 듯하다.

윤서는 조용히 웃는다. 그러나 곧, 그 미소가 눈물로 이어진다. 메모를 손에 쥔 채, 그대로 주저앉는다. 눈물은 조용히 흘러내리지만, 마치 뭔가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무거운 정적이 감돈다.

내레이션
사람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텨온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처였다. 내 안의 나를 마주한다는 건 어쩌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이다.

장면 전환
윤서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번 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메모지를 책갈피처럼 다이어리에 끼운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선다. 햇살이 눈부시다.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CUT 4. [익숙한 자리에서 낯선 감정이 피어오르다]

내레이션
독서모임은 더 이상 낯선 자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이 테이블, 이 사람들, 이 분위기가 나의 일상 속 하나의 결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주원의 눈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안의 파장이 달라졌기 때문이었을까.

장면 설명
카페 안, 벽 한편에 놓인 원형 테이블.
윤서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고, 주원은 책을 들고 다가와 그녀 맞은편에 앉는다.
둘 사이에는 짧은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 안에서 윤서의 마음이 조용히 떨리고 있다.

대사

주원
(살짝 미소 지으며)
“오늘은 이 책, 윤서 씨 생각이 나더라고요.”

윤서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저요? 왜요?”

주원
“여기, 이 구절 때문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언어보다 침묵으로 가능할 때가 있다.’ 윤서 씨랑 이야기하면, 그런 느낌이 들어요. 굳이 말 안 해도… 알아들을 것 같은.”

내레이션
그 말이 나를 어딘가로 밀어 올렸다. 바닥에 놓인 커피잔을 집으려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무겁지도 않은 잔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주원의 말투는 언제나 그랬듯 부드럽고 진심 같았지만, 오늘은 그것이 뭔가를 건드렸다.

장면 설명
모임은 책 속 한 장면에 대한 자유토론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윤서의 시선은 주원의 책 위에 멈춰 있다. 책갈피가 꽂힌 부분, ‘공감은 결국 감정의 자장 안에 있는 닮은 기억으로부터 온다’는 문장이 보인다.

내레이션
닮은 기억.
주원과 나 사이에, 그런 게 있을까?
우리는 함께 몇 달간 한 프로젝트를 치열하게 만들었다. 자료를 밤새 정리하고, 때론 부딪히고, 때론 어이없이 웃었고… 끝났을 땐 서로를 고맙다고 껴안았었다. 그때 나는 그 포옹을 그냥 ‘수고했어요’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오늘은, 왜 그 순간이 자꾸 떠오르는 걸까.

대사

윤서
(토론 중 말을 잇다 멈추며)
“…그 인물의 감정선이 낯설면서도 왠지… 이해돼요. 너무 가까워지고 싶지 않으면서, 멀어지는 게 두려운 마음. 그런 거…”

주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감정, 윤서 씨가 잘 아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네요.”

내레이션
그 말이었을까. 그 눈빛이었을까.
나는 지금, 나도 모르게 주원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아니, 가까워지고 싶은 걸까.


CUT 5. [번지는 감정, 얽히는 역할들]

내레이션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에도 복잡한 인생에
나는 세 가지 역할로 살아간다.
엄마, 여자,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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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두 손에 감싸 쥐고 있었다. 테이블 너머에는 친구 민정이 앉아 있었다. 오랜 친구,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대화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지나, 어느새 그녀 안의 감정들로 흘러갔다.

> 민정: “그래서… 주원이란 사람, 지금도 자주 연락해?”



윤서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윤서: “응. 프로젝트 끝나고도 한 번씩 안부 문자 오고… 뭐, 별건 아니야.”



> 민정: “별거 아닌데 이렇게 얘기하는 건, 별일일지도 모른다~?”



윤서는 웃었지만, 웃음 끝이 씁쓸했다. 그녀는 민정의 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도 인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에 따뜻한 시선을 주는 것, 그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 윤서: “그 사람 착하고, 예의 바르고, 뭔가… 나한텐 과분해.”



> 민정: “그런 말 하지 마. 너도 누군가한텐 좋은 사람이야. 근데 너 자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보여.”



윤서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정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민정: “윤서야, 너 요즘 눈빛이 살아있어. 일도 재미있다며? 독서모임에서도 활발하게 발표하고… 근데 자꾸 ‘나 같은 사람’이란 말 쓰지 마. 왜 네 가능성을 너 스스로 깎아내려?”



윤서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누군가에게서 인정받고 싶던 욕망이, 부끄럽지 않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벅차올랐다.

> 윤서: “근데… 민정아, 나 겁나. 내가 또 누군가한테 의지하고, 그게 무너지면… 준이는? 나 혼자 견뎌야 하는데… 그때처럼.”



민정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등을 가만히 감싸주었다.

> 민정: “네가 겪은 시간, 내가 다는 모르지만… 지금의 넌 예전과 달라. 그땐 누군가의 그림자 안에 있었고, 지금은 네 그림자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중이야.”



그 말은 윤서에게 위로이자 경고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감정과, 지키고 싶은 현재의 삶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아들 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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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나는 다시 상처받는 게 두렵다.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준이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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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 “그래도, 지금은 내가 나를 더 사랑하고 싶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온전히 나로 서고 싶어.”



> 민정: “그게 진짜 사랑이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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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밖으로 봄바람이 흔들리고 있었다. 윤서는 그 바람결에 얼굴을 기울였다. 복잡한 감정과 얽힌 삶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중심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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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나는 나를 살아가고 있다.
아직 온전하진 않지만, 매일 조금씩 나를 세워가는 중이다.”



CUT 6. [혼잣말, 다짐, 그리고 또다시 흐려지는 마음]

내레이션
“나는 나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때때로 마음은 흐물거린다. 의지보다 감정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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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한 하루였고, 밤은 조용히 찾아왔다. 거울 속의 자신은 조금은 지쳐 보였다. 윤서는 머리를 묶다가 멈칫하더니 거울을 응시한다.

> “나 요즘 좀 달라졌지…?”



속으로 말했지만, 입꼬리가 약간 올라간다. 그녀는 최근 독서모임에서 발표도 했고, 주원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모처럼 성취감을 느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여전히 낯설기도 했지만, 낯설다고 해서 피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미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한 기분. 다가오는 공허. 그녀는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침대로 향했다. 몸을 눕히자마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복잡해…”

눈을 감으면 주원의 웃음이 떠오른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그는 종종 연락을 해왔다. 말투는 예의 바르지만 따뜻했고, 어쩐지 불쑥불쑥 마음에 들어왔다. 윤서는 자신이 그에게 살짝 마음을 열고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 ‘그럴 수도 있지. 감정을 느끼는 건 죄가 아니야.’



하지만 동시에 윤서의 내면에서는 경고등이 깜빡였다. 감정은 이끄는 힘이 강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상처 역시 크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자신에게는 아들 준이가 있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의 자신은 늘 ‘엄마’여야 한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책상으로 향했다.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책이 책상 위에 있었다. 윤서는 책을 펼쳤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책장을 덮고, 조용히 말한다.

> “사랑… 그 단어는 아직 내 마음에 넣기에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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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주원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한주원: 오늘도 수고했어요. 윤서 씨처럼 따뜻한 리더 덕분에 정말 좋은 팀이었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윤서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답장을 쓰려다, 지웠다. 그리고 다시 적었다.

[이윤서: 고맙습니다. 저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좋은 밤 되세요.]

보내기 버튼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 결국 손가락을 내렸다.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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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다짐 위로 파문처럼 번지는 감정들.
그러나 그 감정조차 나의 일부라는 걸, 나는 안다.”

윤서는 불을 끄고 천장을 바라본다. 모든 게 조용한 밤.
심장 소리만 들리는 이 고요한 순간, 그녀는 혼잣말처럼 다짐한다.

> “나는 나를, 나의 아이를, 그리고 내 삶을… 지킬 거야.”



눈을 감는 윤서. 작은 떨림과 함께, 오늘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CUT 7. [마음의 경계선, 다시는 허물어지지 않게]

내레이션
“어느새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경계선을 그리게 되었다.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흐릿하지도 않게.
누군가 들어오려 하면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서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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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이 끝난 후, 윤서는 혼자 카페에 들렀다.
익숙한 자리, 창가 맨 안쪽 테이블.
그곳에 앉아 있으면 마음의 소음이 조금은 잦아드는 듯했다.

마침 카페 유리창 밖을 지나던 주원이 윤서를 발견했다.
한 걸음 망설이다, 문을 열고 다가온다.

> 주원: “윤서 씨, 여기서 뵙네요. 혼자 세요?”



윤서는 놀란 듯 고개를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 윤서: “네, 생각 좀 하려고요.”



주원은 조심스럽게 그녀 맞은편에 앉는다.
자연스럽지 않게 어색한 공기가 흐르지만, 그 속에 무해한 온기가 감돈다.

> 주원: “요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무리하시진 않죠?”



윤서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 윤서: “무리는 안 해요.
…대신 생각이 좀 많을 뿐이죠.”



주원은 말없이 그녀의 눈빛을 본다.
묻지 않으면서도 묻는 눈빛.
그 순간, 윤서는 자신이 꽤 오래 외로움을 잘 숨기고 살아왔다는 걸 문득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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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저 사람의 시선이 나를 흔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괜찮냐는 말 한마디에
가끔은 내가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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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 “곧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 들어왔대요.
이런 속도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가끔은 좀, 불안하네요.”



> 주원: “괜찮은 속도죠.
윤서 씨가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움직이는 거니까요.
요즘처럼 자기 속도에 충실한 사람, 드물어요.”



그 말이 다정했다.
배려를 담고 있었고, 윤서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 따뜻한 말이었다.
윤서는 아무 말 없이 잔에 담긴 커피를 바라본다.
식었지만 향은 여전히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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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이 사람은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 안에 있을 수도 있었던 감정들이
부풀지 못하고, 조용히 내 안에서 맴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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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건넨다.

> 주원: “전 다음 미팅 가봐야 해서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윤서 씨.”



> 윤서: “네. 고맙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주원이 나가고 카페 안에는 다시 윤서 혼자 남는다.
창밖은 어느덧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그 어둠 속에 묘한 평온함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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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나는 경계를 허무는 대신, 선을 긋는다.
사람이 다가오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무너질까 봐 조심스러운 거다.
그 조심스러움이 내 삶을, 지금 이 자리까지 데려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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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다시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적는다.
생각은 많지만, 문장은 단정하다.

> 윤서 (속마음):
‘이 사람의 다정함은 나를 흔들지는 않는다.
그저 나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조심스러움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CUT 8. [다시 꺼내 본 꿈, 엄마의 이름으로]

내레이션 "꿈이란, 한 번 꺼내면 다시 접기 힘든 것. 특히 그 꿈이 나 아닌, 아이의 삶과 맞닿아 있을 때는 더더욱."

윤서는 그날 밤, 준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노트를 펼친다. 독서모임에서 들었던 말들, 프로젝트 회의에서 주원이 남긴 인상 깊은 표현들, 그리고 오래전 자신이 써놓고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사업 아이디어를 조합해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건, 엄마들을 위한 작은 공간이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지친 엄마들이 쉴 수 있고, 아이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디어를, 지금은 다시 꺼낼 용기가 생겼다.

> 윤서(속마음): "준이가 자라는 동안, 나도 뭔가를 키우고 싶어. 그게 단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한 무언가였으면 좋겠어."



한 페이지를 다 채운 후, 윤서는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준이의 머리맡에 살며시 입맞춤을 한다.

내레이션 "이 아이가 나의 전부였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나의 일부로 돌아가는 중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꺼내 본 꿈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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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9. [친구와의 밤, 번뇌의 목소리들]

윤서는 오랜만에 친구 수진과 만났다. 작은 와인바, 조용한 음악, 그리고 오직 두 사람만의 시간.

> 수진: "너 요즘, 좋아 보여. 윤서다운 느낌이 돌아왔달까."



> 윤서: "그래 보여도… 마음은 좀 복잡해."



윤서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의 공허함, 주원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 그리고 다시 꺼낸 자신의 꿈에 대해 천천히 털어놓는다.

> 윤서: "가끔, 지금 이 순간도 무대 같아. 어디까지가 진짜 내 마음인지, 스스로도 헷갈려."



수진은 윤서의 손을 잡고 말한다.

> 수진: "넌 늘 누군가에게 중심이 돼 주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번엔 네 중심을 너한테 줘. 누굴 바라보거나 맞추지 말고."



그 말에 윤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레이션 "나는 누구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기보다, 나를 믿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보다 먼저, 나를 잃지 않는 연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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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10. [밤의 끝에서, 나를 마주 보다]

내레이션
창밖은 적막하고 평온했다.
하지만 내 안은… 오늘따라 유독 소란하다.
고요한 밤, 이토록 많은 감정들이 웅성거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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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조명을 거의 끄다시피 낮춘 채, 윤서는 창가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낮에 마셨던 커피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손에 든 찻잔도 식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방에선 작은 숨소리만 들려온다.
준이는 이제야 깊이 잠든 듯했다.
불빛이 꺼진 집 안에서 윤서는 오랜만에 깊은 고요를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고요 속에서 마음은 잔잔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낮에 주원과 함께 정리한 프로젝트 자료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독서모임에서 오갔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어떤 순간에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 질문이 마음속 어딘가에 박힌 듯, 계속 울렸다.

윤서는 조용히 웃는다.
살아 있단 건 아프다는 거였고, 흔들린다는 거였으며,
그래도 다시 중심을 잡으려는 몸부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중심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이 참고 견뎌야 했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대폰 화면을 켜보니, 주원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늘, 덕분에 잘 마무리됐어요. 감사합니다.
윤서 씨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오늘은 푹 쉬세요 :)”

짧은 메시지였다.
그의 말투답게 담백했고, 따뜻했다.
윤서는 한참을 그 문장을 들여다보다, 천천히 화면을 꺼버렸다.
답장은 하지 않았다.
해야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조용한 복잡함 안에서는 어떤 말도 부질없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잠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전남편과의 결혼생활, 그 안에서 감당해야 했던 감정의 무게.
사랑도, 기대도, 미움도, 오해도.
그 모든 것이 채 씻기지 않은 기억처럼 몸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지금 피어오르는 감정들에도 선을 긋고 있었다.

주원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란 이유로 그를 가까이할 수는 없었다.
윤서는 알고 있다. 누군가의 따뜻함을 의지하는 순간,
다시 자신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지금은 그저 엄마로서, 그리고 나로서.
한 발 한 발 중심을 다시 찾는 과정이었다.
삶이란 건 그렇게 다시 세워가는 거니까.

내레이션
내 마음은 아직 격류를 지나고 있었다.
그 어떤 누구의 손길보다
지금 내가 나를 꼭 잡아줘야 할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온기보다, 지금은 내 온기로 나를 감싸 안아야 했다.

조용히 일어나 커튼을 젖힌다.
바깥의 밤은 맑았다. 도시의 불빛들, 잔잔한 공기,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차 소리.
윤서는 그 고요함을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내레이션
누군가의 품 안에서 안도하는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삶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것.
그게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다시 소파에 앉아 식은 찻잔을 마신다.
쓴맛 뒤에 도는 은은한 향처럼, 그녀는 오늘의 감정을 곱씹는다.
소란스러운 마음도 결국 지나갈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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