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을 하고 나서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스키장에 놀러 갔다. 회사에 입사하고 동료들과 친해지기 전에도 ‘이 사람들하고 친해지면 스키장 가자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만큼 보드 타러 가는 걸 좋아했다.
이때쯤에는 가끔씩 턴을 시도했지만 무서워서 그런지 잘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낙엽타기만 했다. 낙엽타기는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내려가듯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건데, 이것만 할 줄 알면 초보도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다.
처음엔 그렇게 재밌던 것도 몇 년째 타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턴이 안 되면 속도라도 빠르게 타 보자 싶어서 겁도 없이 중상급 슬로프에 올라가서 낙엽타기로만 내려오곤 했다. 한 번은 중급 슬로프인 줄 알고 갔다가 최상급 슬로프여서 덜덜덜 떨면서 내려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낙엽타기로만 내려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턴을 할 줄 알면 다리 근육에 들어가는 힘이 여러 군데로 분산되어 덜 힘든데, 낙엽타기로만 내려오면 허벅지가 터질지도 모른다. 스쿼트 자세 그대로 멈춰서 벌 받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