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벌 Sep 13. 2023

스노우보드를 타고 싶었던 이유

(1)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겨울방학 때, 엄마의 모임을 따라 처음 스키장에 갈 수 있었다. 스키장에서 단체 스키 강습을 받고 나서 친구들과 첫 스키장 눈을 밟았다. 근데 같이 왔던 엄마 친구 아들들은 스키가 아닌 보드를 타는 게 아닌가? 어쩐지 재밌고 멋있어 보여서 엄마에게 나도 보드를 타 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스키를 배운 지 얼마 안 됐으니 일단 스키를 타라고 말씀하셨다. 내심 아쉬웠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납득이 되었다.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나는 언젠가 커서 꼭 보드를 배우리라고 다짐했다.



(2)

 나중에 커서 보드를 배워 보겠다는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작은 종합학원에 다녔는데, 겨울방학 때 다 같이 스키캠프에 갔다. 학원 원장님께서 학생들과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이셨던 덕분이다. 그래서 여름엔 래프팅을 하고, 겨울에는 스키장에 놀러 가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엄마에게 학원에서 스키장에 가기로 했다고 말씀드린 뒤, 같이 마트에 가서 보드복을 사 왔다. 그때는 몰랐는데, 옷이 많이 슬림했던 걸 생각해 보니 보드복이 아니라 스키복을 구매했던 것 같다. 보드복은 스키복보다는 펑퍼짐한 편이다.


 보드를 안 타 본 사람들끼리 다 같이 단체 강습으로 낙엽타기, S자 턴을 간단히 배웠다. 턴을 하려면 데크가 일직선이 되며 직활강을 해야 하는 순간과, 몸이 정상을 향하며 앞을 보지 못하는 공포를 버텨야 한다.    


 나는 겁이 많아서 턴은 잘 되지 않았다. 턴을 시도할 때마다 엉덩이로 많이 넘어졌는데, 꼬리뼈가 깨지는 것 같았다. 꼬리뼈가 욱신거리는 느낌은 한 달 이상 지속되었고 그 고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날 이후로 오랫동안 턴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낙엽타기만 해도 너무 재밌었다.

이전 01화 Prolog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