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밥! 밥
엄마는 우리 집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늘
"식사는 하셨어요?"
"밥은?"
"밥 먹고 가라."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물었다. 그건 엄마의 관심. 사랑의 표현이었다. 식사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늘 밥 안부를 묻는 엄마가 이해가 안 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엄마가 따뜻한 사람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사십 대를 살아가니 이제 알게 됐다. 밥 안부는 사랑이라는 것을.
엄마의 '밥 먹었니'를 해석하면
"나는 너를 위해 얼마든지 따뜻한 밥과 반찬을 차려주고 싶어. 배가 부르면 행복해지잖아.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정도의 마음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른 아침 도마에 칼질 소리에 잠이 깨곤 했었다. 신김치 헹구고, 두툽 하게 썬 두부를 넣어 된장국을 끓이고, 들기름을 아낌없이 넣어 김치도 지지고, 기름기 잘잘 흐르는 고등어구이까지. 엄마의 아침밥은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돼주었다.
딸이 살이 찌는 건 뒷일이었던 엄마. 늘 더 먹어라 밥그릇 넘치게 밥 퍼주고, 많이 먹으면 기뻐했었다. 특히 엄마는 내가 두 아이를 출산한 후 그 밥의 위력은 대단했다. 거의 한 달간 끓여준 소고기 미역국과 미역국만 먹으면 질리니 중간중간 다양한 국물요리. 끼니와 끼니 사이 과일과 간식까지. 그것도 생활비 하나 안 받으시고 지극정성으로 이 막내딸을 챙겨 주셨다. 조리원에서 지냈던 2주보다 엄마가 우리 집에 계셨던 그 한 달은 아직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내가 밥타령을 하며 살고 있다. 두 아이들이 많이 먹으면 기쁘고, 남편에게 더 먹으라고 매 식사 때마다 권한다. 빵보다 밥이 좋고,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먹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지겨웠던 밥타령이 그리워질 줄이야.
이젠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을 수 없다.
우울증이 금방 나아 예전의 엄마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것은 바람일 뿐이었다. 더 악화만 안되면 된다.
엄마가 끓여준 배추된장국이 너무 먹고 싶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