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말의 힘을 믿나요?

내돈내산 비즈니스석 타고 호주 가기

by 윤슬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살아오며, 내가 과거에 했던 말이 실제로 이루어진 일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10년 전의 선언이 실현되었다. 그래서 호주 한 달 살이의 첫 이야기로 ‘말의 힘’에 대해 쓰려고 한다.




대학 시절,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1년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야했던 시간이었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돈은 기숙사비와 식비 정도였다. 예나 지금이나 여행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나는, 공휴일만 생기면 주말을 끼워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했다. 해외 생활비를 지원해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부모님께 여행비까지 손 내밀 염치는 없었다. 아르바이트가 어려운 해외라, 최대한 아껴 살며 공부와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가을학기의 중간고사가 끝난 주말, 스위스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늘 그렇듯 저가 유스호스텔에서 묵으며, 식비를 아끼려 식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었다. 그래도 그 시절 모든 순간이 즐겁고 빛났다. '젊음'이라는 내 안의 반짝임이 '힘듦'도 '재미'로 느끼게 해 주었다.


루체른 카펠교(Kapellbrücke)를 건너 길을 걷다 언덕 위의 한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성처럼 아름다운 외관과 호텔 야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저 사람들은 좋겠다... 부럽다, 힝...'


도미토리형 유스호스텔과 마트 식빵도 괜찮다고 씩씩한 척했지만, 깊숙한 곳에서 새어 나오는 부러움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나도 30대가 되면 호텔에서 자고, 노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여행할 거야. 그래, 꼭 그럴 거야.'

발걸음을 옮기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30대 중반, 친구와 함께한 크로아티아 여행은 내 인생 여행 중 하나였다. 마카르스카(Makarska)의 바닷가 호텔에서 일 박을 하고, 다음 날 호텔 노천카페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였다. 눈앞에는 파란 바다, 뒤에는 하얀 호텔, 테이블 위에는 뷔페 음식,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옆에는 사랑하는 친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20대의 나의 바람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야, 이게 내가 대학 시절 여행하면서 꿈꾸던 장면이었어. 오늘 그 꿈을 이뤘네. 다음 꿈도 그려봐야겠다. 나… 40대 되면 장거리 갈 때 비즈니스석 타고 갈래. 이코노미는 이제 힘들다. 하하.”




남편과 나는 세 번째 해외 한달살이 여행지를 두고 고민했다. 캐나다와 호주 중 한 곳을 염두에 두었는데, 둘 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이라 과연 내 체력이 버텨줄까 걱정이 되었다. 비즈니스석이면 모를까.


답답한 마음에 호주 저가항공사 홈페이지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어머나!

떠나려는 날짜에 비즈니스 특가가 있지 않은가. 시드니행 편도기준 1인 50만 원 대. 이코노미 항공권에 수하물을 추가한 비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잘 못 봤나 싶어 몇 번을 다시 봐도 그 금액이 맞았다. 이건 무조건이지!

그렇게 우리의 10월 여행지는 호주로 결정되었다.


10년 전 친구한테 했던 말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비록 내가 예상했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이래서 꿈을 꿀 때는 구체적이고 야무지게 꾸어야 한다 했었나 보다.


그래서 이번엔 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50대가 되면, 국적기 비즈니스석 타고 유럽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믿는다.

다음에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걸.




추가) 젯스타 비즈니스석 이용소감


이코노미석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원래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체크인 카운터와 비행기 입장 시 줄을 서지 않는 거였거든요.

비즈니스석 고객께서는 좌측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동 중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랐지만 좌석이 120도 정도만 젖혀져 숙면은 힘들었어요.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장거리를 올 수 있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의 입과 귀는 불과 20cm도 떨어져 있지 않잖아요. 내가 내뱉는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랍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긍정적인 말과 생각으로 살아가요, 우리.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내일의 나를 위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