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직장인 성공 매뉴얼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다.
필요한 일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윈스턴 처칠
오늘은 21일 입니다. 저에게 매월 21일은 10여 년 넘도록 월급날이기도 합니다.
2006년 신입사원이던 저의 연봉은 2800만 원 정도로 기억합니다. 당시 대기업 치고는 그리 적은 편도, 그렇다고 또 많은 편도 아닌 딱 평균 수준이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 2020년의 화폐 가치와 상대적인 비교를 위해서 몇 가지 지표를 이용해서 당시 연봉 수준을 가늠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PIR(Price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입니다. PIR이란 특정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PIR 20은 20년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아야 주택 한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IR이 높으면 높을수록 소득만으로 주택을 구매하기가 어렵다(=오래 걸린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맞벌이 수입이나, 연봉 외 상여금 등을 더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높아 보일 수 있으나, 당시와 현재의 상대적인 화폐, 주택의 가치 비교를 위한 값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세요.
2006년 대치동 은마 아파트,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의 30평, 33평형의 평균 실거래 가격을 신입사원 당시 연봉으로 적용한 PIR입니다.
* 2006년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아래는 같은 아파트의 2019년 실거래 평균 가격과, 2020년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을 적용한 PIR입니다.
* 2020년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 (출처: 인크루트)
압구정 현재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단지별로 선호도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고, 저층/고층에 따른 가격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데이터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 평균적인 거래 데이터를 선별해서 적용(2006년 11~14억, 2019년 24~28억)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대치동 은마 아파트 또한 강남 재건축 대상의 랜드마크인 만큼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가장 빠르고 급격히 반영되는 추세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강남 집값 억제를 위한 정책 직후의 일시적인 하락세로 기인한 변동성이 큰 실거래가는 선별해서 적용(2006년 8~10억 후반, 2019년 15~20억)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연봉 인상폭(2800만원-> 3958만원, 42%) 보다 주택, 특히 아파트 거래가의 상승률(9.5억->18.5억, 95%) 이 큰 요인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과거보다 현재에 주택을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 졌다는(=더 오래 걸리는 것)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2020년 8월 기준 시가총액 333조,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주가로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은 5~6만 원 사이입니다. 14년 전인 2006년에는 60만 원 내외, 50분의 1로 액면분할하면, 현재 기준 1만 2천 원입니다.
액면 분할된 현재 기준으로, 2006년 당시의 삼성전자 주식을, 2006년 당시 연봉으로 모조리 주식 매수에 사용했다면, 2333주를 살 수 있는 반면, 2020년 연봉으로 매수가 가능한 주식 수는 719주로 급격히 줄어듭니다.
제가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은 위의 두 가지 내용에서 언급한 결과적인 수치나 이미 지나간 상황을 보며 ‘아 그때 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어차피 인간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산업 구조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기업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 있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M&A 시장에 등장하기도 하고, 돈 안되는 사업은 정리하기도 하고, 반대로 돈이 좀 되는 사업은 갑자기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어제까지 멀쩡한 내 일자리가 사라져 버리는 모습이, 더 이상 뉴스나 드라마 속에서만 등장하는 소재가 아닙니다. 매달 이삼백만 원씩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데, 갑자기 구조조정이라도 된다? 생각만 해도 좀 아찔해집니다.
저는 이제서야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술자리에서 상사와의 대화를 아직 또렷이 기억합니다.
“차장님 저는 지금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회사에서 하는 일, 능력을 길러야 돼. 따로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일을 더 많이 하든지…”
참 평범한 답인 것 같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문현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많은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않는 이상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중장년층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 또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한창 일할 때는 경제 성장률이 뒷받침되었으나, 현재는 과거의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차곡차곡 매달 은행에 예, 적금을 넣어 봐야 실질 이자율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과거 퇴직금 3억으로, 매달 나오는 이자 250만 원(세전)으로 생활비를 하던 시절은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 과거 예금은행 저축성수신 금리, 신규 취급액 기준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럼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는 어떨까요? 부동산은 규제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이제 매력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주식은 5%의 개미를 제외하면 손실을 본다고 합니다. 상위 5%에 들지 않는 이상 손실입니다.
결론은 오래 걸리지만 가장 리스크가 낮고, 장기적으로 오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투자 상품은 바로 “나의 일(업)에 대한 전문성” 입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실어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상품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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