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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 Nov 17. 2020

좋은 상사를 만날 확률

자본주의 직장인 성공 매뉴얼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스승을 만나기는 쉬우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

- 사마광


여러분은 그동안 학창 시절에 얼마나 많은 스승을 만나 보셨습니까? 초, 중, 고 12년, 대학 또는 대학원, 또는 더 오랜 기간을 학교에서 지냈다면, 지도 교수님을 합쳐서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30명, 40명을 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그중에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평생을 따르고 싶은 은사님이 몇 분이나 되십니까? 적지는 않다 또는 많다고 생각하시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고, 전혀 없거나 별로 없어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승”도 결국은 사람이고, 직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사회에 진출해서 초반에 회사에서 만나게 되는 선배나, 상사 또한 그 모습은 스승과 유사합니다. 회사가 학원은 아니지만, 초반에는 업무를 배워야 하는 것이고, 그걸 가르쳐 주는 사람은 선배나 상사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만 배우고 칼같이 관계가 단절될 수는 없습니다.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때로는 회식 자리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되는 과정인데, 상대가 불편하면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직장인 5명 중 1명은 상사와 동료를 비롯한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2019년 인크루트 조사 결과) 그리고 퇴사 사유 1위는 상사나 대표의 갑질이 대표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아실현, 조직의 분위기나 연봉에 대한 불만보다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입니다. 


제가 만났던, 제가 생각하는 “좋은 상사”는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1. 성과를 가로채지 않는다. 혹시 성과나 성과물을 사용하게 되면 사전에 협의하고, 기여도나 지분을 명확히 인정한다.

2. 실수나 부족에 대한 지적을 하되, 감정적이나 모욕적으로 하지 않는다.

3. 업무 능력 외에도 본받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점을 가지고 있다. 

4. 평가와 보상에 대한 결과를 그 과정과 함께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5.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질 테니 (그것이 비록 레토릭일지라도)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저는 지난 15년 간의 직장생활 동안 약 14~15명 정도의 상사를 만났습니다. 이중 “좋은 상사”로 좋은 기억에 남아 있는 분은 3~4분 정도이니, 25% 내외의 확률입니다. 저와 비슷한 연차를 가진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저는 “좋은 상사”를 만났던 비율이 꽤 높으니, 이 정도면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운이 좋은 편이 이 정도의 확률이니, 너무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상사”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1번째, 2번째, 3번째는 그렇지 못한 상사와 만나서 버텨내야, 4번째에 비로소 “좋은 상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은 편이었는데도 말이죠. 


회사에서 일적인 관계로 엮이지만 않았더라면,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이상,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래 회사란 곳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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