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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 Nov 17. 2020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자본주의 직장인 성공 매뉴얼

역경은 대부분의 사람이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격을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주어 보아라.

- 링컨


제가 살면서 늘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입니다. 십 년 가는 권력은 없고, 붉은 꽃도 열흘을 넘기지는 못한다는 뜻으로,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뜻입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이 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IT 업종에서 일하면서, 그 특성상 대부분을, 다양한 산업군의, 각양각색의 고객을 상대로 프로젝트 베이스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교 때 팀별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셨지요? 그 프로젝트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인력과 예산 범위 내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결과물의 종류에는 과거 낙후된 시스템은 버리고, 새로운 IT시스템(흔히 차세대 시스템이라고 칭합니다)을 만드는 것 일수도 있고, 고객사에서 이미 사용 중인 IT시스템의 문제점을 찾거나(진단), 진단에서 끝나지 않고, 성능을 개선해 주는 프로젝트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각자 역할이 명확해야 할뿐더러, 경험에서 비롯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도록 관리는 물론 고객을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 프로젝트 구성원 간 의견과 갈등을 조율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바로 PM(Project Manager)입니다.


프로젝트에서의 PM은 회사의 CEO와 역할과 위상이 비슷합니다. 회사를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배로 비유했을 때, 선장(CEO)의 전략적인 판단은, 선장 자신을 포함한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인도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판단은 목적지는커녕 최악의 해난사고로 기록된 타이타닉호와 같은 슬픈 운명을 맞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PM의 권한은 예상한 것보다 막강합니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 않는 PM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열정과 의욕만 지나치다 보면 늘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제가 한 금융사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프로젝트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구성원의 마음을 잘 다독여서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PM은 늘 일의 진도가 가장 최우선이며, 진도를 나가려면 늘 주말 근무와 야간 근무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진척 체크가 최우선이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진척이 더디면, 일단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프로젝트 구성원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일이 더딘 원인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고성으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나는 것이 아주 뻔한 레퍼토리였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얼마나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세대에서는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이, 얼마 못 가서 그 PM은 본사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교체된 것이지요. 다행히 그 후로 전사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그 PM은 당시에 드러나지 않은 비위까지 나중에 밝혀지면서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창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그를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 자연스럽게 업계에 소문이 났습니다. 업계의 소문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고, 한번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다시 얻기란 거의 불가능하기에 그는 이제 아예 이 업계를 떠났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그가 구성원을 보다 인격적으로 대했으면 어땠을까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알아서, 나 역시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좀 더 겸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실리콘밸리의 대부” 이자 구글 이사회 알파벳 의장이기도 한 존 헤네시는 그의 저서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성장의 조건 10가지 중 첫째 덕목을, “겸손”으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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