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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 Nov 17. 2020

피할 수 없으니 참는다.

자본주의 직장인 성공 매뉴얼

교활한 사람은 학문을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찬양하며,

현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

- 베이컨


제가 평소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말 중 하나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피하고 싶은 것이고, 좋아하지 않고,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괴로운 심정을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즐길 수 있죠? 차라리 이것보다는 “피할 수 없으니 꾹 참고 한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저의 지인 중에는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신념이 확고하고, 평소에 정직하고 맡은 일은 아주 성실히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나, 정부 정책에 대해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옳고 그름을 논합니다. 중국발 코로나로 온 나라, 전 세계가 패닉 상태인데, 거리두기 단계가 적합하냐 아니냐, 지역별로 차등을 두어 보다 전략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친구처럼 정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잘 돌아갈 것입니다. 팩트로 얘기하면, 발전이나 개선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는 잘 될 것입니다.


이 사연을 회사와 기업에 빗대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저 이윤만을 좇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부도 하고, 소상공인과 같은 생태계도 보호하고, 재화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폐기물들은 잘 정화해서 환경 보호에도 힘을 쓴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중 하나의 원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업, 위대한 회사, 장기간 생존과 상생의 선순환이라는 이상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당장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는 존재할 이유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당장 월급도 안 나오는 판국에, 저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에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회사원의 1% 만 도달할 수 있다는, 회사의 별, 임원. 국내 기업 기준으로 처음 임원으로 발탁된 평균 나이는 49.6세, 임원에서 물러난 평균 나이는 54.2세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회에 진출해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20년 넘게 걸렸지만 (그것도 1%) 평균 재직 기간은 5년 6개월에 그친 것입니다. (2019년 한국시엑스오 연구소 조사 결과) 매년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 연초, 연말, 휴가 기간 등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임원과 그 구성원이 온전히 일로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기간은 1년이 채 못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성세대들이 70, 80년대 압축 성장해서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어 낸 것처럼, 점점 더 짧은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환경에 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10년간은 실적에 신경 쓰지 말고 위대한 회사를 위해서 일해 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오너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설사 오너라고 해도 상장 기업의 경우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 같은 환경에서는 “이상적인” 일 보다는 “실질적인”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직장인의 숙명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사구시”처럼 “실질(현실)”적인 일에 더 매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내야 합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미생”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최선은 학교에서나 대우받는 거고, 직장은 결과만 대우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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