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를 위한 독서
그래서 어떻게 책을 읽었다고?
군대는 독서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군대에서 만큼은 독서하기 좋은 곳이며 이만한 시간과 공간이 없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목적 없는 독서가 가능 한 곳이다. 시험을 포함한 그 어떤 목적을 고정한 채로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책을 읽으며 어떤 특정한 내용을 암기하고 지식 습득을 위해서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된다. 머릿속으로 내용을 따라가며 마음 가는 문장을 눈으로 담을 뿐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시험공부할 때만 책을 본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 책은 괴로운 대상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시 말하지만 군대에서 만큼은 보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만약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면 좀 더 쉬운 책으로 흥미로운 책으로 옮겨가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 없다. 아무것도 읽지 않고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설령 누군가 왜 이렇게 쉬운 책을 읽느냐고 타박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물론 책을 읽자고 군대에 입대하자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할 것은 아니다. 내가 책을 많이 읽은 장소가 군대였고 이 글의 시작도 내가 군대에서 많은 책을 왜 읽었는지 찾아가는 여정이라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계속해서 보면 책을 읽는 것과는 별개로 원하는 책을 고르기에는 군대가 좋은 곳은 아닐 수 있다. 도서관처럼 내가 읽고 싶은 종류로 가득 차거나 주제가 넓고 다양한 곳은 아니다. 국방부가 병사의 인성함양을 위해 선정한 진중문고와 누군가 군대에 반입하고 전역 때 챙기지 않고 그대로 두고 나온 것들이 전부이기 때문에 나 역시도 처음에는 손이 가는 책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읽을 책이 없어 서가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었다. 그래서 말하는 '오히려 좋아'가 나타난 지점이기도 하다. 평소의 나였다면 자유로운 독서가 가능했더라면 안 봤을 책도 여러 권 보고 나왔기 때문이다. 시집이라는 것을 읽어본 것도 자연과학책, 수리까지 보게 된 것은 군대가 아니면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어떤 책이든 상관없다. 진중문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야기하는 김에 진중문고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자 한다. 군대에 있다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짤막하게 설명을 하자면 대한민국 국군의 검열을 받고 들어오는 책을 뜻한다. 표지에 진중문고 표시가 있거나 부대의 승인 도장이 찍혀 있을 것이고, 부대 내의 책은 진중문고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에 내가 군대에서 읽은 책 리스트가 있을 것인데 물론 내가 군대에서 읽은 것들이라고 해서 여러분이 있는 부대나 장소에 그 책이 무조건 있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리스트에 있는 책이 진중문고인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누군가 두고 간 책이나 반입 경로를 모를 진중문고라벨이 붙지 않은 책도 많았기 때문이다. PX에 간이 도서대에 책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나도 그것을 사본 적은 없고 그 책도 진중문고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종류의 책 말고도 다른 분야를 다룬 책이 읽고 싶다고 해도 군대라는 특성상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책 반입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고 공부에 관련된 서적이나 일반적인 책들을 거부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참고로 나는 책을 부대 내로 반입하지 않고 전부다 부대 내에서 잡힌 책들만으로 읽었다. 어쨌든 간에 그렇다고 칼 마르크스 공산당선언이 같은 책을 반입하겠다고 반입신청을 하면 정훈 장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내가 생각했을 때 진중문고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라면 병사들의 인성 함양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기억으로 진중문고로 선정되는 도서는 주로 자기 계발서, 심리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것들과 문학 종류도 소설을 보면 액션 넘치는 스릴러나 흥미로운 판타지가 읽고 싶지만 보통 잔잔한 이야기와 시집이 주를 이룬다. 물론 이런 책이 나쁘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국방부가 직접 선정한 도서이다 보니 대부분 어느 정도 책의 수준과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다는 장점은 가지고 있다. (물론 형편없는 책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즉 진중 문고를 선택해서 읽었을 때 실패할 확률은 보다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진중문고 스펙트럼에 속하지 않는 수많은 자연과학 사회, 정치 기타 다른 분야에 한해서는 선정되는 책들이 매우 아쉽다는 점이다.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제법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데?
어쩌면 한 가지 다행이라는 점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일과 시간 이후 스마트폰 허용으로 전자책이나 내 취향에 맞는 소설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물론 답은 이미 나와있다. 보다 많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보면 된다. 평소에 읽지 않는 분야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군대에 오기 전에 책을 종종 보기는 했지만, 군대에 와서 시집을 처음 읽어봤다. 아마 군대를 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시집은 단 한 번도 안 봤을 것이다. 특수한 환경이 다양한 책을 읽게 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트레스받으려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몇 권 읽어야 한다는,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정말 그것뿐이다. 그 이유가 ‘베스트셀러라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읽으니까’ ‘이름이 익숙해서’ 어떤 것도 상관없다. 유명한 책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유가 합리적인가 하면 그건 다른 문제이다. 시크릿 같은 책은 그래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혹은 제목이 끌린다는 이유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책의 겉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은 있지만 어찌 됐건 간 우리가 처음 보는 것은 책의 표지이니 말이다. 나도 책을 고를 때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이 깔끔해서 고른 것도 있다. 그렇게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 읽는 여러분들에게 책을 읽는 기준과 궁금함을 채워 줄 수 있는 다른 책을 찾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이유이건 상관 하나도 없다. 읽고 싶은 책, 끌리는 책을 집어 들고 실컷 읽으면 된다. 그게 전부이다. 그렇게 계속 읽다 보면 스스로 책을 고르는 기준이 나올 것이고 믿고 볼 수 있는 저자가 생기기도 할 것이고 이런 종류의 책은 피해야겠다고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은 꼭 누가, 저명한 사람이 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포함해서 많은 것을 읽다 보면 스스로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고기도 많이 씹어본 놈이 잘 뜯는다는 말처럼 책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잘 아는 법이다. 혹은 나의 책이 여러분들의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한다. 제발 유튜브나 블로그 글 같은 거 보면서 꼭 읽어야 할 책, 걸러야 할 책 같은 거 찾아보면서 읽기 도전에 기준을 만들고 편견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이유가 없다. 직접 나의 기준으로 한번 만들어 나가 보자
물론 내용이 계속 진행되면 어떤 책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도 적을 계획이다. 그럼에도 우선순위는 여러분의 판단과 글을 보는 능력이 먼저고 나의 이야기는 참고용이다.
독서하는 장소? 비록 사회만큼 스터디카페나 도서관열람실까지는 아니지만 대대급에서는 그래도 도서관을 구비를 해놓았고 GOP급에서도 독서카페를 보급을 하고 있기에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편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곳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함정생활을 하거나 열악한 환경에 있다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도 전역한 지 예비군 6년 차가 되었고 시대가 달라졌다. 전역하고 난 뒤부터 거의 바로 일부 부대에서는 병사 휴대폰 사용이 시험적으로 진행되었고 지금은 일과 이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변한 것을 두고 "나는 휴대폰이 없으니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고 그래서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보니 군대라는 곳이 책을 읽기에 좋았더라"라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부터 휴대폰 던져주면 잘 쓰고 있을 거 같기 때문이며 독서에 방해되지 마라고 휴대폰을 일과 이후에 쓰지 마라고 하는 것 역시 내가 지금 군생활을 하지 않기에 쉽게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통해서 밀리의 서제 Yes24, 교보문고등의 전자책, 육군 전자도서관 또는 대학생활을 하다가 군대에 왔다면 학교 도서관 어플 등을 통해 제약이 많은 종이책 대신 자유롭게 전자책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읽을 게 없어 다양한 독서를 반강제적으로 했으며 군대에서 처음 시집을 보게 되었고 사회라면 쳐다도 안 봤을 책들을 몇 권 보며 새로운 것을 느꼈다. 아마도 제한된 환경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나쁜지는 모르겠다. 거기에 더해 개인의 통제력을 믿기에는 나도 집중을 잘못하고 주변에 시선이 잘 빼앗기는 편이라 학교 다닐 때는 휴대폰을 휴대하지 않고 사물함에 두거나 시험 기간에는 집에 두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부디 현명하게 휴대폰을 사용했으면 한다. 휴대폰은 어디까지나 도구로의 사용이지 도구에 지배되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어떻게 독서를 할 것인가 이야기로 출발을 해서 휴대폰과 독서의 관계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이만 줄이고자 한다.
결국 쭉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무엇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한마디로 줄이면 책은 그냥 읽으면 된다. 스트레스받을 것도 없고, 방금 읽은 부분 내용이 기억 안 난다고 불안해할 것도 없다.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된다. 집중이 안되면 책을 뒤집에서 읽어봐도 된다. 눈 운동도 되고 집중도 된다. 물론 오래 할 것은 안된다. 그냥 하나의 예시다.